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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전 세계에서 2위다. 어깨 펴고 당당히 웃어도 된다. 대체 왜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
심석희(세화여고)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서 2분13초239,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3번째이자 쇼트트랙 종목 2번째 메달을 선사한 심석희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선수가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 정말 대단하지 않나.
준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심석희는 무리하지 않고 2위로 준결승을 마쳤다. 2위 이내로만 결승선을 통과하면 결승에 오를 수 있기에 무리하게 힘을 쓸 이유가 없었다. 그는 결승서 동료 김아랑(전주제일고)과 세계기록 보유자 저우양(중국),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요리엔 테르모스(네덜란드), 리지안루(중국), 에밀리 스캇(미국)과 레이스를 펼쳤다.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7명이 레이스를 펼치게 돼 자리다툼도 치열했다. 첫 스타트에서 저우양도 다소 긴장한 듯 부정출발을 범했다. 하지만 심석희는 꿋꿋했다.
초반 4위로 달리며 탐색전을 펴던 심석희는 9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를 파고들어 앞으로 치고 나왔다. 폰타나에 이어 2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6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올라섰다. 2위로 달리던 저우양과의 거리도 벌어졌다. 금메달을 손에 쥐는 듯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대회 1500m 우승자 저우양의 저력은 놀라웠다. 심석희는 2바퀴를 남기고 추월을 허용했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선두를 되찾지 못했다. '금메달 0순위'로 꼽히던 심석희였기에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이전까지 금메달을 손에 넣지 못한 선배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심석희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1997년생, 아직 한국 나이 18세인 심석희로선 금메달을 놓친 충격이 무척 컸을 터.
하지만 그 누구도 심석희를 비난할 수 없다. 최고조의 압박감을 느끼는 올림픽 무대에 나서 한국에 은메달을 선물했다. 숱한 올림픽 출전에도 단 하나의 메달도 얻지 못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따낸 올림픽 은메달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녔다. 이는 몇 번을 설명해도 지나치지 않다.
울지 말고 마음껏 웃어도 된다. 아직 1000m와 3000m 계주도 남았다. 이미 2경기가 끝났지만 치를 경기도 2경기 더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기쁨을 주면 된다. 기쁨을 주는 방법은 금메달만 있는 게 아니다.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심석희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2위로 결승을 마친 뒤 울먹이는 심석희(왼쪽)를 최광복 대표팀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플라워 세리머니에 참가한 심석희가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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