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개 숙일 시간이 없다.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신미성, 김지선, 이슬비, 김은지, 엄민지)의 첫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컬링 여자 풀리그 최종전서 캐나다에 패배했다. 한국은 3승6패로 4강이 겨루는 결선 토너먼트 진출은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할 시간은 없다.
사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의 스토리 자체가 놀랍다. 한국 컬링의 저변이 대단히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초, 중, 고, 성인 컬링팀은 총 17개다. 남자가 10개, 여자가 7개다. 이번 여자대표팀은 경기도청팀이다. 하나의 실업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은 2012년 세계선수권서 4강 진출 신화를 썼고, 결국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의 경우 올림픽 티켓을 위한 플레이오프서 탈락해 아직 올림픽 참가의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현재 컬링 전용경기장이 1~2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빙질이 썩 좋지 않다고 한다. 여자 컬링 세계랭킹 1위 캐나다의 경우 수백~천개의 전용경기장을 갖고 있다. 컬링이 성행한 유럽도 대중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저변을 갖고 있다. 한국은 변변한 평가전 상대가 없어 소치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장기간 해외에 머물며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여자대표팀은 소치올림픽 직전에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첫 올림픽 참가. 2년 전 신화 재현이 은근히 기대됐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한국 선수들은 “종이 한장 차이의 실력인데, 그 종이 한 장의 격차가 분명 크다”라고 털어놨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을 눌렀으나 스위스, 스웨덴, 중국, 영국, 덴마크에 패배했다. 특히 최근 국제대회서 연이어 잡았던 중국에 패배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계 강국과 한국의 실력 격차는 분명히 있었다. 한국은 기본적인 플레이를 실수하거나 임기응변능력이 2% 부족했다. 시트 별로 다른 빙질에도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의 컬링 저변과 역사를 감안하면 오히려 3승을 거둔 건 선전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소치올림픽을 계기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모든 종목이 그렇듯, 스포츠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이다. 세계선수권, 플레이오프 등도 결국 4년만에 열리는 올림픽을 위한 과정이다.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을 경험한 건 경기도청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과거 숱한 비인기 종목, 저변이 좁은 종목이 올림픽 기간에 선전할 경우 반짝 관심에 그쳤다. 올림픽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선 안 된다. 소치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국 컬링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 컬링은 고급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종목이다. 현재 KB국민은행과 신세계 등이 후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기력 향상과 저변확대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당장 여자대표팀은 3월 세계선수권에 참가한다. 또 한번 국제무대를 경험해볼 좋은 기회를 잡는다. 4년 뒤엔 평창올림픽도 있다. 개최국의 장점. 모든 세부 종목에 출전권이 자동으로 배정된다는 점이다. 한국 컬링은 4년 뒤엔 남녀 모두 올림픽에 참가한다. 소치올림픽이 끝나는 시점부터 4년뒤, 그리고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여자컬링대표팀이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시작이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여자컬링대표팀은 예쁘고 귀여운 외모로 팬들에게 ‘컬스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걸그룹 걸스데이에게 팬들은 ‘에브리데이 걸스데이’를 외친다. 매일 걸스데이를 응원하겠다는 의미다. 여자 컬링도 마찬가지다. 소치가 끝이 아니다. ‘에브리데이 컬스데이’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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