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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 나서는 디펜딩 챔피언 이승훈(대한항공)이 5000m 금메달리스트인 장거리 최강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와 한 조에서 맞붙게 됐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1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이날 밤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조 편성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대회 우승자 이승훈은 크라머와 7조에서 레이스를 펼친다. 이승훈은 인코스, 크라머는 아웃코스를 배정받았다.
이승훈은 4년 전 밴쿠버대회 10000m에서 12분58초55,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크라머는 마지막 8조에서 12분54초50, 이승훈보다 4초나 앞선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인코스를 중복해서 타는 실수를 범해 실격 처리됐다.
하지만 크라머는 이번 대회 5000m에서 6분10초7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부문 2연패에 성공했다. 당시 이승훈은 12위였다. 크라머의 기록을 확인한 뒤 전략적으로 레이스에 나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크라머는 1500m 출전까지 포기하며 10000m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장거리 최강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10000m까지 석권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2연패에 도전하는 이승훈으로선 분명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10000m 종목 특성상 스타트보다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지구력도 필수다. 세계대회 첫 출전이던 밴쿠버대회 당시 보여준 놀라운 페이스를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선보인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시 이승훈은 레이스 후반 파트너 반 데 키에프트(네덜란드)를 한 바퀴 이상 따돌리는 놀라운 지구력을 선보였다. 구간 기록도 계속해서 줄였다.
크라머와 나란히 달리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록이 떨어지는 선수보다는 비슷하거나 한 수 위 기량을 갖춘 선수와의 레이스가 경기 운영에도 유리하다. 크라머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을 무조건 '불운'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승훈은 밴쿠버대회 금메달 직후 "크라머와 정정당당히 다시 맞붙어 이기고 싶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두 선수는 10000m 같은 조에서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승훈의 바람이 이뤄졌다. 어찌 보면 이만한 기회가 없다.
세계 최강자와 한 조에서 레이스를 펼치게 된 이승훈, 그가 이번 조 편성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것인가.
[이승훈이 10000m를 대비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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