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진짜 해냈다. "선배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던 여고생 심석희(세화여고)가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언니들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심석희와 박승희(화성시청), 조해리(고양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서 4분09초498,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지난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계주 금메달을 탈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 모두 잘했다. 모두 승리자다. 준결승서 레이스를 펼친 공상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놀라운 스퍼트를 보여준 심석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시작부터 줄곧 1위를 달리던 한국은 15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선두를 내줬고, 13바퀴를 남기고는 캐나다에도 자리를 뺏겨 3위까지 밀려났다. 이후 다시 선두로 치고 나왔지만 3바퀴를 남기고 2위로 밀려났다. 최대 위기였다. 마지막 주자 심석희는 바통 터치 과정에서 중국 선수와 살짝 접촉했다.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중국 마지막 주자와의 격차를 줄여 나갔고, 반 바퀴를 남기고 절묘하게 아웃코스를 파고들며 전세를 뒤집었다. 전의를 상실한 중국은 더 이상 치고 나오지 못했고, 심석희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심석희는 지난 15일 열린 여자 1500m 결승서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저우양(중국)에 추월당했고,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경기 직후 "금메달이라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은메달도 충분히 값진 결과였지만 1997년생, 이제 한국 나이 18세 소녀가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심석희는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계주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언니들에게도 값진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에는 아쉬움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플라워 세리머니에 참가한 심석희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펑펑 우는 맏언니 조해리를 달래는 여유도 보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모두 털어낸 듯했다. 22일 열리는 1000m에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으니 금상첨화다. 이번에는 진짜 해냈다. 심석희가 '쇼트트랙 여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심석희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