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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3000m 계주 금메달. 에이스 심석희(세화여고)의 막판 스퍼트가 매우 놀라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알고 보니 박승희(화성시청)의 투혼이 있었다. 박승희는 지난 13일 500m서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결승전 도중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쳤다. 결국 15일에 열린 주 종목 1500m를 포기했다. 사실 무리를 하면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18일 1000m와 3000m 계주 결승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박승희로선 1000m와 3000m 계주 결승을 위해 1500m를 과감히 포기하는 용단을 내렸다.
특히 3000m 계주 결승은 박승희로선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1500m 포기는 곧 3000m 계주 결승 집중을 의미했다. 박승희는 4년 전 밴쿠버올림픽 3000m 계주 결승전에 참가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1위로 결승선을 골인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다. 다른 국가의 선수를 밀쳤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박승희를 비롯한 선수들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이어진 3000m 계주 5연패의 꿈이 무산됐다.
4년이 흘렀다. 18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 박승희가 이를 악물었다. 1500m를 포기하고 휴식을 취했지만, 5일 전 다친 무릎은 너무나도 아팠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부어 올랐다고 한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데 문제가 있는 상황. 박승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투혼을 발휘했다. 박승희는 스타트가 좋은 편이라 1번주자로 출전했다. 가장 안쪽에서 스타트한 박승희는 선두로 나서면서 한국의 초반 선두를 이끌었다.
한국은 결승전 중반 중국과 캐나다에 밀려 3위까지 처졌다. 그러나 박승희는 심석희와 함께 차분하게 역전극을 이끌었다. 심석희가 마지막 코너에서 중국을 따돌리기 전, 박승희가 중국을 최대한 쫓아간 게 주효했다. 박승희는 대역전극의 숨은 주역이었다. 결국 박승희는 8년만의 3000m 계주 탈환의 주인공이 됐다.
박승희는 밴쿠버올림픽 1000m, 1500m 동메달을 땄다. 소치에서 500m 동메달에 이어 3000m 계주까지 금메달을 따내면서 쇼트트랙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그리고 남동생 박세영과 남자친구 이한빈에게 자랑스러운 누나이자 여자친구임을 당당히 선보였다. 한국 국민에게도 자랑스러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승희는 무릎이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이 4년 전 밴쿠버에서의 아픔보다 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무릎보다 더 아픈 그날의 악몽을 지워버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3000m 계주. 박승희의 투혼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박승희.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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