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사다가 자신을 넘었다.
아사다 마오(일본)가 소치올림픽을 마쳤다. 아사다는 21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장기인 트리플악셀을 연이어 성공하면서 142.71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서 55.51점에 그친 아사다는 합계 198.22점을 기록했다.
아사다가 누구인가.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와 라이벌이었다. 귀여운 외모와 수준급 연기로 피겨 신동 소리를 들었다. 그런 아사다는 한국 피겨 팬들로선 애증의 존재였다. 아사다는 사실 주니어 시절에는 김연아보다 더 찬란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사다는 시니어로 편입한 뒤 김연아에게 서서히 밀려났다. 김연아가 출전하지 않은 각종 국제대회서는 1인자였다. 그러나 김연아와 맞붙기만 하면 꼬리를 내렸다.
아사다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만 꿈꿨다. 하지만, 급성장한 김연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아사다는 이후 확고하게 결심을 굳혔다. 김연아도 도전하지 않은 트리플 악셀(공중에서 3바퀴 반 회전 후 착지)에 계속 도전하기로 한 것. 하지만, 쉽지 않았다. 연습에선 성공하다가도 실전에선 실수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심지어 소치올림픽 단체전서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서도 트리플악셀에 연이어 실패했다.
아사다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서 평소에 보여줬던 연기와 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점수를 최대한 획득해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었다. 하지만, 아사다의 핵심 기술인 트리플 악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공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트리플 악셀을 비롯해 대부분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단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 이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연아는 트리플악셀을 따로 시도하지 않았다. 트리플 틀립+트리플 토롭 콤비네이션 점프와 시퀀스 스텝 등만으로도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표현력과 점프, 테크닉 등만으로도 세계 1인자였기에 굳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지 않고도 세계 1인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면이 김연아에게 뒤진 아사다로선 김연아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리고 필생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트리플 악셀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기술을 끌어올렸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프리스케이팅서 성공했다. 마음을 비운 결과였다. 궁지에 몰리자 오히려 그간의 연습 효과가 빛이 난 것이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서 워낙 부진했던 터라 프리스케이팅서 고득점을 획득했음에도 총점 200점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여전히 메달권에 들어갈 것이란 확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사다의 도전 정신은 박수 받아야 할 것 같다. 메달을 떠나서, 아사다는 자신과의 싸움서 이겼다. 올림픽이 상업주의, 1등주의로 변질된지 오래됐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올림픽은 참가와 도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사다는 승리자다. 김연아와는 관계 없이 말이다.
[아사다 마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dy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