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이 딱 맞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실패. 외신들은 일제히 판정에 의문을 던졌다. 아들레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금메달과 김연아의 은메달이 뒤바뀐 것 아니냐고. 그러나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채점에 나선 심판들은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연아가 소치에 입성한 뒤 극복해야 할 악재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사다 마오(일본)만 누르면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 아들레나 쇼트니코바(러시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등은 분명 좋은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를 심판들이 정당하게 판단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국내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중계한 해설위원들은 일제히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가산점이 같은 기준으로 매겨진 것 같지 않다. 소트니코바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판정에 나선 심판들은 대부분 유럽 심판들이었다. 더구나 이날 현장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 나왔다. 그리고 러시아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느 스포츠 대회서도 홈 어드벤티지는 있는 법이다. 올림픽만 해도 더 이상 순수한 도전 정신으로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상업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누가 봐도 김연아가 세계 챔피언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심판들만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모양새다.
한국 스포츠의 외교력의 수준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2년 전 런던올림픽서 신아람이 1초 사건으로 금메달을 놓쳤을 때, 한국 선수단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심판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렇게 김연아는 ‘억울한 은메달리스트’로 마지막 현역 무대를 마쳤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한국 스포츠가 외교력을 더 키워야 한다. 국내 피겨스케이팅 심판들 중에서도 국제 심판이 있지만, 올림픽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성희 경기이사만이 참가했다. 단 1명의 한국인 심판이 유럽 심판들의 텃세를 넘기는 역부족이다. 만약 국내 혹은 아시아 심판이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심판진에 좀 더 많이 포함됐다면, 김연아가 이런 불이익을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김연아의 은메달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도 경기력 뿐 아니라 올림픽서 활약할 수 있는 국제적인 심판 양성, 나아가 외교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김연아.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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