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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이상 세계최강이 아니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남녀 8개 세부종목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사실상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서 거둔 최악의 성적표다. 특히 역대 최약체로 지목된 남자대표팀은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이후 12년만이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이정수, 전이경-고기현-진선유로 이어진 에이스 계보를 이을만한 특급스타가 부족했다. 물론 여자대표팀에 심석희(세화여고)라는 에이스가 등장했지만, 남녀 모두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치올림픽 결과가 말해준다. 더 이상 한국은 유일무이한 쇼트트랙 세계 최강은 아니다.
▲ 전 세계로 퍼진 한국 DNA
소치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들 중 외국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지도자가 상당히 많다. 안톤 오노(미국)를 키운 장권옥 감독은 러시아를 거쳐 소치에는 카자흐스탄 대표팀을 이끌고 나타났다. 또한, 조항민 감독이 프랑스, 이승재 코치가 영국 대표팀을 맡고 있다.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쇼트트랙 강국 중 한국인 지도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
이런 영향 속에서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등이 과거에 비해 급성장했다. 한국의 장기인 막판 스퍼트와 지구력, 경기운영능력을 흡수했다. 한국이 더 이상 한국만의 전략으로 임해선 승산이 떨어진다는 게 증명됐다.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장점을 다 알고 있는데, 한국은 과거와 똑 같은 전략을 답습했다. 스타트에선 상대보다 여전히 약했고, 막판 스퍼트에선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500m 약세는 여전했고, 1000m, 1500m, 3000m, 5000m 계주서의 당연한 금메달은 옛 말이 됐다.
▲ 전력평준화
러시아의 경우 안현수가 귀화하면서 남자 쇼트트랙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졌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여전히 한국이 유럽과 미주 국가들에 우위다. 그러나 쇼트트랙의 특성상 단판 승부에선 더 이상 한국이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과거 양양, 리지아 준 등 몇몇 스타에만 의존했던 중국도 우다징, 한티안유, 리지안루, 판커신 등 선수층이 상당히 두꺼워졌다. 중국은 한국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강하다.
반면 한국은 세대교체 실패, 파벌 논란 등으로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 쇼트트랙이 평준화됐다. 이런 양상은 쇼트트랙의 대중화와 인지도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쇼트트랙 세계최강을 자처했던 한국으로선 적지 않은 타격이다. 한국의 소치올림픽 톱10 진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쇼트트랙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 다시 시작하자
쇼트트랙 전문가들은 “그래도 한국 쇼트트랙의 DNA가 어디로 사라지진 않는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언제든 다시 세계최강 입지를 되찾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맞다. 한국은 여전히 선수층이 넓고, 최강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핵심은 진화다. 쇼트트랙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된 건 결국 한국이 진화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고질적인 약점인 스타트를 보완하고 지구력이 강한 스타들을 배출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의 전력 파악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쇼트트랙계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파벌, 구타 논란 등을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선수들을 키울 수 있고, 국제적인 경쟁력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올림픽 이후 쇼트트랙계를 공식적으로 조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위기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 쇼트트랙에 만연한 낡고 썩은 악습들이 있다면 이 기회에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소치에서 최악의 성적을 올린 한국 쇼트트랙. 이젠 최강자가 아니라 도전자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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