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화냐, 퇴보냐.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대중에게 호기심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킨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이었다.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김윤만, 제갈성렬, 이규혁, 이강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 메달 획득에 도전했으나 항상 한계에 부딪혔다. ISU(국제빙상연맹) 월드컵시리즈서는 우승하다가도 올림픽만 되면 대부분 메달권에서 멀어졌었다.
그 한계의 벽을 깨준 선수가 이상화(서울시청),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이었다. 세 사람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서 남녀 500m, 남자 10000m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은 한국이 진정한 빙속 강국 대열에 들어섰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밴쿠버의 유산이 이어지느냐, 밴쿠버의 깜짝 스타로 남느냐에 따라 한국 빙속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스포츠 종목에서 강국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꾸준히 메달을 따고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
▲ 이상화-모태범-이승훈, 4년만에 엇갈린 희비
한국 빙속 영건 3인방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이들은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로 스타덤에 올랐다. 4년 뒤. 이들의 처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우선 이상화는 세계 최강자 지위를 굳건하게 다졌다. 여자 500m 세계기록(36초36) 보유자 이상화는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 빙속 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이상화는 명실상부한 한국 빙속의 간판스타이자 빙속여제로 거듭났다.
모태범은 500m와 1000m서 4위, 12위에 그쳤다. 이승훈은 5000m 12위, 10000m 4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 모두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진리를 확인했다. 물론 두 사람은 해당 종목에서 강자다. 하지만, 최강자는 아니었다. 도전자들의 거센 파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이승훈은 23일 끝난 팀추월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픽서만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 빙속 최다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직 두 사람은 젊다. 소치에서 얻은 희망과 좌절 모두 4년 뒤 평창에서의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있다.
▲ 깜짝 스타는 없었다
한국 빙속이 4년 전 밴쿠버서 흥분했던 건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획득 때문이기도 했지만, 드디어 한국 빙속도 세계적인 스타와 겨룰 수 있는 영건을 발굴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었다. 밴쿠버올림픽이 한국 빙속 발전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았다. 소치올림픽서 한국은 무려 15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하지만, 밴쿠버 3인방 외엔 새롭게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없었다.
좀 더 많은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이상화도 4년 뒤엔 20대 후반이 된다. 모태범과 이승훈 역시 마찬가지다. 소치올림픽서 네덜란드는 다시 한번 빙속 강국임을 톡톡히 입증했다. 세련된 기술과 폭넓은 인프라가 결합한 결과였다. 수 많은 수준급 선수가 자체 경쟁을 펼치면서 끊임없이 진화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소치에서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을 견제할 수 있고 뛰어넘을 수 있는 젊은 스타들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 평창에서의 경쟁력은
한국 스포츠 선수 중 최다 올림픽 출전(6회) 기록을 세운 이규혁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규혁은 올림픽서 비록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누구도 겪지 못한 올림픽 6회 출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한국 빙속이 강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규혁 같은 현역 경험 풍부한 지도자가 꾸준히 배출돼야 한다.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 같은 외국인 코치의 영입 및 활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대한빙상연맹의 꾸준한 투자가 절실하다. 빙속 강국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진화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을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치올림픽이 끝났다. 4년 뒤 평창올림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4년 뒤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은 또 한번 영광의 순간을 위해 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버금가는 또 다른 스타, 그리고 언제든지 스타가 배출 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상화(위), 모태범-이상화-이승훈(가운데), 남자 팀추월대표팀(아래).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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