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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그리고 동메달 2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이 따낸 메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자대표팀은 웃었고, 남자대표팀은 울었다. 쇼트트랙에서 나온 5개의 메달 모두 여자 선수들의 몫이었다. 2관왕 박승희(화성시청, 1000m, 3000m 계주 금, 500m 동)와 심석희(세화여고, 1500m 은, 1000m 동)가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걸었고, 조해리(고양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 공상정(유봉여고)이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중국의 비신사적 행위와 캐나다의 성장 속에서 충분히 선전했다는 평가다.
태극낭자들은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제임스 휴이시 심판이 석연찮은 실격 판정을 내리면서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4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번소치 대회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여고생 심석희와 김아랑, 공상정은 4년 뒤 평창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저우양, 판커신 등 중국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위를 뚫고 우승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3000m 계주에서는 저우양이 바통 터치 과정에서 인코스를 막아서는 바람에 마지막 주자 심석희가 리듬을 잃을 뻔했다. 중국은 실격 처리되면서 2위로 골인하고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000m에서는 2위 판커신이 결승선을 앞두고 박승희를 잡아 채려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금메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실력으로 보여줬다.
반면 남자대표팀은 단 하나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1500m에서는 이한빈(성남시청) 홀로 결승에 올랐지만 6위를 기록했고, 1000m에서 결승에 오른 신다운(서울시청)은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5000m 계주는 준결승, 500m는 준준결승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안현수(러시아, 빅토르 안)의 3관왕(500m, 1000m, 5000m 계주)을 지켜봐야만 했다.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인전에서 2명만 결승 무대를 밟았고, 계주와 500m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해 메달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안현수와 찰스 해믈린(캐나다, 1500m 금메달)은 물론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러시아, 5000m 계주 금, 1000m 은), 샤를 코르노이에(캐나다, 500m 동), 신키 크네트(네덜란드, 1000m 동) 등 견제세력의 성장에 따른 대응책도 아쉬웠다. 단순히 빙질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냉정히 말해 이제는 뒤를 돌아봐야 할 때다. 토리노 대회까지만 해도 한국 쇼트트랙은 '메달 텃밭'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최강자가 아닌 도전자의 입장이다. 안현수가 가세한 러시아는 쇼트트랙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쇼트트랙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러시아를 보면 그리고레프와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루슬란 자카로프는 이전까지 금메달은 고사하고 메달 자체를 목에 걸어보지 못한 이들이다. 안현수의 가세 이후 전체적인 경기력이 향상됐다. 쇼트트랙 금메달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종합우승도 없었다.
한국이 대회 전 목표로 내걸었던 10위권 진입도 무산됐다. 이번 대회 성적은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3위. 목표 달성을 위해 쇼트트랙의 선전이 필수였지만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마냥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쇼트트랙 최강국의 면모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그 자체로 수확이다. 이제 한 번쯤 뒤를 돌아봐야 할 때가 왔다.
[3000m 계주 우승을 차지한 여자대표팀(첫 번째 사진), 남자대표팀.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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