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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설상 종목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 일요일, 소치 동계올림픽이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최종 성적은 금3, 은3, 동2 종합순위 13위. 일찌감치 귀국한 선수들은 소치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벌써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리나라 안방에서 개최하는 지구촌 겨울축제를 남의 집 잔치로 만들 수는 없는 일. 88 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4위의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2014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30년 만에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위용을 전 세계에 뽐내려면 개최국으로서 종목별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전 종목에 걸렸던 금메달의 수는 총 98개. 이 중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0개가 바이애슬론을 포함한 설상종목에 분포되어 있었고 빙상종목에 29개, 썰매종목에 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설상종목에서의 메달 획득이 없이는 종합성적 상위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딴 모든 메달은 빙상종목에서 나왔고,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획득한 총 53개의 메달 가운데 설상메달은 단 한 개도 없다. 한국의 설상 메달은 불가능한 꿈인 걸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1, 은4, 동3의 성적으로 종합 순위 17위에 올랐다. 한국과 순위차이는 크지 않지만 8개의 메달 가운데 7개가 설상종목에서 나왔다. 선수의 체력 및 신체조건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에서 이렇게 한국과 상반된 결과를 얻은 데에는 종목에 대한 후원의 차이가 크다. 일본은 로컬 기업들의 장기적인 후원에 힘입어 설상종목 저변확대와 선수양성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단적인 예로 전일본스키연맹은 미즈노, 스바루, 아사히 등 거대 일본 기업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다. 또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에게 연맹이 앞서서 스폰서들을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전통적인 설상강국은 아니었지만, 이번 소치에서는 그 동안의 투자가 경기 성적으로 빛을 발했다.
반면 한국은 설상 종목에 대한 기업후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빙상종목처럼 대형 스타선수가 없는 ‘비인기 종목’에서는 기업의 개인후원을 받는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국내 훈련환경이 늘 열악한 설상종목은 거의 100% 해외 전지훈련에 의지해야 하는데, 선수들은 거액의 훈련비용을 대부분 자비로 충당해온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달밭인 빙상종목에만 눈을 돌리는 탓이다. ‘투자가 곧 성적’인 동계스포츠에서 종목별 후원의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빙상종목 메달 쏠림 현상은 당연하다. 1946년에 창립한 우리나라의 대한스키협회는 종목별 단기 후원사만 수차례 거쳐간 끝에 2013년에 이르러서야 CJ제일제당을 최초의 전종목 장기 후원사로 유치했다.
그나마 이번에 메달 가능성을 보여주며 모굴스키의 샛별로 떠오른 최재우(20)는 국내 설상종목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아쉽게도 실격되고 말았지만 실력만으로는 메달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국내 미개척 종목이었던 스노보드의 선구자인 김호준(24)의 선전도 평창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호준은 2010년부터, 최재우는 2013년부터 CJ제일제당의 후원으로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외국인 코치 전담 배정 등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빙상경기에 묻혀 실시간 중계방송도 되지 않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CJ제일제당은 당장의 노출효과가 아닌 평창 동계올림픽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설상 유망주들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후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할 설상 유망주들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후원 확대도 계획 중이다. 또한 설상종목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목표로 2013년부터는 대한스키협회도 후원하고 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5개 스키종목(알파인,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이 출전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노르딕 복합에서도 한국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라 후원 범위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만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확인한 한국 설상의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하지만 스노보드, 모굴스키 등 기록경기가 아닌 설상종목에서는 아시아선수들의 체격적인 열세가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만 계속 된다면 설상 메달의 꿈은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절실한 지금, CJ의 행보가 주목 받는 이유다.
[최재우(위),김호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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