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응원팀을 상대로 등판한 투수를, 그것도 상대팀 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5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 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연습경기. 이날 경기는 볼거리가 가득했다. 일단 한신 와다 유타카 감독이 1월 중순 예고한대로 오승환의 한신 데뷔전이 예정돼 있었다.
또한 이날 경기는 양 팀이 베스트 라인업을 내세우며 더욱 흥미를 자아냈다. LG는 박용택을 시작으로 이병규(7번), 이진영, 조쉬 벨, 이병규(9번), 정성훈, 윤요섭, 손주인, 권용관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한신도 니시오카 쓰요시, 야마토, 도리타니 다카시, 아라이 다카히로, 후쿠도메 고스케, 맷 머튼 등 주축 타자들이 대부분 선발 출전했다. 마운드에도 노우미 아쓰시를 비롯해 랜디 메신저, 후지나미 신타로까지 1~3선발이 2이닝씩 소화했다.
이목이 집중된 경기답게 이날 기노자 구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관중석 풍경은 평상시 일본 구장과 달랐다. LG 트윈스 팬 참관단이 이날 경기를 찾았기 때문. 팬 참관단은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오키나와를 찾았다. 팬 참관단은 이날 경기내내 LG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반면 일본 팬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팬과 조용히 응원하는 팬들이 극명히 나뉜다. 많은 팬을 자랑하는 한신이지만 이날은 북을 치면서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이날 관중석 분위기는 LG가 압도했다.
하지만 9회가 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승환이 등판한 것.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한신 팬들은 물론이고 LG 팬들도 오승환을 연호하며 그를 환영했다.
몇몇 팬들은 이를 넘어 "오승환인데, 오승환인데"를 계속 외치기도 했다. 국내에서 오승환이 등판하면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로 삼성 팬들이 외친 말을 LG 팬들이 한 것이다.
"오승환인데, 오승환인데"가 계속 되자 오승환 또한 LG 팬들이 앉아 있던 관중석을 쳐다봤다. 그리고 평소 그에게는 자주 볼 수 없는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경기 후에 이와 관련된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은 "양쪽 팬들 모두에게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LG팬들께 감사하고 고맙다.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제 아무리 응원팀과의 경기였지만 이제는 '삼성의 오승환'이 아닌 한국을 대표해 해외 리그에 진출한 오승환이기에 LG팬들은 그의 한신 데뷔전에 힘찬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25일 LG전에서 한신 데뷔전을 가진 오승환. 사진=일본 오키나와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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