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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KBS 2TV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속 왕수박은 배우 오현경의 연기 인생에서 아마 가장 많은 욕을 들었던 캐릭터일 것이다.
'나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라는 유행어를 양산했을 정도로 '왕가네 식구들' 속 왕수박은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부도로 온 집안에 빨간딱지가 붙을 때도 울며불며 신상 백을 지키던 여자, 사채 빛까지 얻어 삼백만 원짜리 유모차를 구매하던 여자, 사기꾼 첫사랑에 눈이 멀어 그에게 집문서를 갖다 바친 여자, 그 여자가 왕수박이었고 그를 연기한 것이 진짜 미스코리아 출신 오현경이다.
"정말 욕 많이 들었다. 수박이는 내가 봐도 욕먹을 짓을 하더라.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 수박이 같은 강도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보통 남편이 느끼기엔 내 아내가 가끔 수박이 같다면서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던 왕수박은 마지막회였던 50회에서 갑작스럽게 착한 인물로 변신했다. 이를 두고 일부는 해피엔딩을 위한 억지 설정 아니냐며 지적을 하기도 했다.
"연장을 했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끝내려다 보니 전개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박이는 분명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아이에 전혀 신경을 안 쓰던 수박이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챙기기 시작하지 않았나. 또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남편과 순정이에게 빌기도 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수박이는 조금씩 변화했다. 물론 그걸 다 보여주기엔 50회는 짧았고, 아쉬웠다."
SBS '조강지처 클럽'으로 10년 만에 배우 오현경으로 복귀한 오현경은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또 한 번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 투입됐다. 유명한 작가들이 그렇듯 문영남 작가에게도 '사단'이라는 이름의 배우들이 따라 붙었고, 오현경 역시 '왕가네 식구들'로 인해 문영남 사단에 투입됐다.
"문영남 선생님이 '조강지처 클럽'에 날 불러준 것이 정말 감사했다. 이 은혜를 보답할 방법이 없어서 열심히 일했다. 사실 내 연기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 않나.
그래도 뒤늦게 잘 되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을 바라보며 안 쉬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게 기특하셨나 보더라. 그래서 나를 이 작품에 불러주셨다. 물론 드라마가 잘 되니 사단같이 보이는 것 같은데 그렇게 불리면 나야 영광이다."
오현경에게 문영남은 특별한 존재다. '조강지처 클럽'으로 그를 배우의 세계로 다시 한 번 끄집어내 준 것도 큰 이유지만, 오현경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준 데에 문영남의 공이 크기 때문이다.
오현경이 '왕가네 식구들'에 투입되기 전 문영남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현경아, 이렇게 하면 그냥저냥 연기는 하겠지. 그런데 네가 이 벽을 뛰어 넘어야 네가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니? 그리고 사람들도 그땐 너를 진짜 배우로 인정할 거야'라고. 이 말에 오현경은 왕수박에 의지를 불태웠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나도 왕수박을 보면서 욕을 했으니까. 나랑 성향이 너무 달라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서 내 생활을 수박이 처럼 바꿨다. 사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답답해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수박이처럼 마음에 있는 소리도 막 내뱉고 하다 보니 수박이가 됐고, 조금씩 연기가 되더라. 힘들어서 정말 죽자사자 했고, 그랬더니 왕수박이라는 인물의 근사치까지 간 것 같다."
'죽자사자'했다는 오현경의 말처럼 그는 안하무인 왕수박을 이해하는데 열중했다. 그러던 중 오현경은 대중들과 다른 시선으로 왕수박을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조성하 선배님한테 한 번은 그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사실 고민중도 문제 있는 것 아니냐. 첫사랑 순정이를 못 잊은 상태로 수박이랑 결혼하고, 그 뒤에 사랑은 주지 않고 돈만 준 것 아니냐'고. 다시 돌이켜보면 수박이는 고민중한테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 허한 마음을 돈 쓰는 데 풀었던 것이다"
"수박이 대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난 돈 쓰는 맛에 살았어. 그래서 내가 마음이 이렇게 (허우대에게) 가더라'라고. 허우대가 나쁜 놈이긴 했지만 수박이를 아껴주지 않았냐. 수박이는 미성숙했기 때문에 사랑에 약하다. 만약 고민중이 수박이한테 큰 사랑을 줬더라면 수박이는 그 사랑에 매달리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청률이 50%에 육박하는 대박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종영과 함께 이태란의 결혼소식이 전해졌다. 촬영 때 밥은 꼭 모든 배우들과 함께 먹는다던 '왕가네 식구들' 배우들은 이미 오래 전 그의 결혼소식을 알고 있었다.
"입을 닫고 있느라 정말 힘들었다. 촬영 하면서 간간이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태란이가 이 드라마를 통해 상도 받고 좋은 사람도 만나서 정말 좋다.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예비신랑이 촬영장에 몇 번 찾아와서 얼굴을 봤는데 정말 진중하고 사람 좋아 보이더라."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기와 연기력, 사람까지 얻었다는 오현경은 신중하게 차기작을 찾고 있었다. 많은 기대를 얻은 만큼 부담감도 크다던 오현경은 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 작품으로 어떤 역할이 좋을지 몰라 신중하게 보고 있다. 오래 쉬고 싶진 않다. 호흡이 느린 편이라 금방 흐름을 타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연속해서 연기를 하지 않으면 감을 잃는 스타일이라 쉬면 불안하다.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나이가 있으니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지가 않다. 들어올 때, 찾아줄 때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다."
[배우 오현경.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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