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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공부가 되는 작품이죠"
배우 이명행은 현재 공연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과 겸손함을 지닌 그는 매 공연마다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고 그들을 만족시킨다. 항상 작품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그의 자세가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 있다.
현재 이명행은 영국 최고의 극작가 데이빗 해어(David Hare)의 대표작인 연극 '은밀한 기쁨'에 출연중이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가치관 충돌과 그 안에서 갈등하며 흔들리다 파멸에 이르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에서 어윈 포스터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이명행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은밀한 기쁨'은 관객과 무대 사이에 벽을 치고 정말 리얼하게 하는 극이다. 오랜만에 리얼리즘 연극을 해서 적응 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조금씩 기본을 잡고 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끝날 때까지 계속 배우며 갈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처음 어윈 역을 만났을 때 다소 힘든 면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어윈은 어윈. 하지만 한 인물의 기본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어윈이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며 장 별로 보여주기만 하니 현상만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고 캐릭터가 휘발돼 날아가는 느낌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을 많이 신경 썼다. 연기할 때 동물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는데 사막에 있는 미어캣을 생각했다. 미어캣의 이미지가 두려움 많고 금방 숨어버리고 그런데 그 와중에도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고 내 것을 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뭔가 일이 생기면 도망간다. 어윈은 뭔가 있어 보이지만 기조는 약한 사람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간 리얼하지 않은 극을 해와서인지 처음엔 나를 드러내려는 과장된 연기를 했다. 연출님이 '과장하려고 하지 말고 인물의 본질을 갖고 하라'고 하셨고 그게 정말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공연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것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은밀한 기쁨'에서 완전 리얼하게 연기하려니 내는 소리부터 달라야 했다. 정말 정통 리얼리즘 공연을 통해 무대 위 호흡, 존재,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은밀한 기쁨'을 하며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니 고마움이 뒤따랐다. 선배들을 보며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단다. '이 타이밍에 이 공연을 만나 이런 공부를 또 할 수 있다는게 배우로서는 정말 행운이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은밀한 기쁨'은 현재 이명행에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이렇게 좋은 연출님과 선배 배우들을 만난 것도 영광인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이다"고 고백했다.
"'은밀한 기쁨'이 특히 공부가 많이 됐다. 초반엔 정말 담백하다. 그러다 폭발하는 지점이 있고 찾아가는 것들이 있다. 초반에 담백하게 하는 것도 희열이 있고 나중에 폭발하는 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더 오버하지도 않고 깎아 먹지도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은밀한 기쁨'은 자신의 어떤 믿음과 신념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나에 대한 믿음, 그 무언가를 갖고 살지 않나. 껍데기로 살진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은밀한 기쁨'은 우리의 모든 모습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연극 '은밀한 기쁨'은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명행.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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