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LG 농구의 중심은 제퍼슨이다.
LG 데이본 제퍼슨. 시즌 중반 이후 활약이 대단하다. 27일 현재 16.65점으로 득점랭킹 4위다. 그는 1월이후 치른 21경기 중 12경기서 20점 넘게 득점했다. 제퍼슨은 26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전서 25점을 기록했는데, 4쿼터에만 무려 13점을 몰아쳤다. 확실히 승부처에서 강하다. 폭발적이고 효율적이다. 에이스 기질이 충만하다. 요즘 페이스로는 SK 애런 헤인즈보다 더욱 위력적이다.
LG는 최근 9연승을 내달렸다. 모비스와 SK에 밀려 3위가 고착화되는 듯 했으나 SK를 끌어내리고 2위를 꿰찼다. 여전히 혼전 중이지만, LG는 내달 2일 SK전, 7일 모비스전서 모두 승리할 경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역시 제퍼슨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더구나 현재 국내에서 제퍼슨을 제대로 막는 팀은 없다. 제퍼슨을 등에 입은 LG의 창단 첫 통합우승 꿈이 무르익고 있다.
▲ 남다른 집중력과 간결한 스텝
제퍼슨은 시즌 초반에는 썩 눈에 띄지 않았다. KBL 특유의 빡빡한 경기일정과 섬세하고 복잡한 수비전술에 옳게 적응하지 못했다. 또한, 스타일 자체가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LG엔 확실한 토종 해결사 문태종도 있다. 김종규와 크리스 메시가 지키는 골밑도 탄탄하다. 포워드진도 풍부하다. 달리 말해서 LG로선 제퍼슨을 기다려줄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제퍼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집중력이 대단하다. 26일 동부전을 보자. 동부 수비가 좀 거칠었다. 심판들의 파울 콜도 인색했다. 그러나 제퍼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골밑에서 점수를 만들었다. 수비수 사이를 뚫고 득점을 만들어내는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수비수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파울을 이끌어내거나 바스켓 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한 농구관계자는 “제퍼슨의 스텝이 굉장히 간결하다. 탄탄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제퍼슨의 스텝을 놓는 타이밍은 남들보다 빠르다. 때문에 수비수를 제치기에 용이하다. 또한,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어지간한 터프한 수비에 흔들리지 않는다. 수비수가 떨어지면 정확한 중거리슛을 꽂아넣기도 한다. 이러니 다른 팀이 제퍼슨을 좀처럼 막지 못한다. LG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모비스와 SK도 여전히 제퍼슨에게 속수무책이다.
▲ 해결사 제퍼슨, LG와 절묘한 궁합
현재 LG 시스템에서 제퍼슨의 활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구는 5대5 스포츠다. 언제나 홀로 모든 짐을 떠안을 순 없다. 제퍼슨 역시 최근 페이스는 좋지만, 언제 페이스가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제퍼슨의 페이스가 좋지 않을 때 LG가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선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LG는 제퍼슨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시즌 초반에도 잘 나갔다.
2년차 김시래의 경기운영은 안정적이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잘 모은다. 역시 LG는 멤버들의 역량이 좋다. 토종 해결사 문태종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슈터다. 제퍼슨과 마찬가지로 승부처에서 여전히 강하다. 제퍼슨의 역할을 언제든 대신할 수 있다. 문태종은 김종규와의 2대2 게임도 능숙하게 소화한다. 기승호, 김영환 등의 득점력 있는 포워드들의 페이스도 많이 올라왔다. 유병훈, 박래훈, 양우섭, 조상열, 송창무 등 주전과 식스맨을 오갈 수 있는 멤버들도 즐비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LG를 상대하는 팀은 제퍼슨만을 집중 마크할 수 없다. 포지션별로 역할 분담이 확실한데다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LG는 안정적인 시스템과 제퍼슨의 특성이 결합해 최상의 결과를 얻는다. 제퍼슨이 부진하면 문태종이, 문태종이 부진하면 김종규 등이 언제든지 에버리지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LG 농구의 최대강점이다.
▲ 양날의 검
문제는 플레이오프다. 4강이든, 6강이든, 포스트시즌서 만날 팀들은 만만한 팀이 없다. KT, 오리온스, 전자랜드 모두 저력이 있다. 제퍼슨의 역량은 이 팀들에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제퍼슨과 LG의 좋은 궁합의 밸런스가 무너질 경우 LG도 흔들릴 수 있다. 다시 말해서 LG가 갖고 있는 시스템이 상대의 적절한 대응에 의해 조금이라도 약화될 경우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LG는 젊은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김시래, 김종규 등 주축 멤버들이 포스트시즌과 같은 심리적 압박감이 심한 경기서 꾸준하게 활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LG는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 제퍼슨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제퍼슨에게 의존한 나머지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경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진 감독도 시즌 중 LG가 하향세를 그릴 때마다 이런 점이 부각되는 걸 아쉬워했다.
LG는 현 시점에서 제퍼슨 옵션 외의 패턴플레이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좋은 자원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를 압박한 다양한 카드가 있다. 김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자신 있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현 시점서 제퍼슨과 LG의 궁합은 최상이다. 너무나도 위력적이다. 그 결과가 시즌 최다 9연승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데이본 제퍼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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