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억638만원.
국내야구 태동 32년만에 평균연봉 1억원 시대가 열렸다. KBO는 26일 외국인선수와 신인을 제외한 10개구단 선수들의 2014시즌 평균연봉이 1억638만원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당시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1215만원이었다. 32년만에 선수들의 몸값이 775.6% 상승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FA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평균연봉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내야구에 평균연봉 1억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프로야구 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프로야구 선수가 단순히 스포츠 아이콘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한편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단면도 존재한다. 프로는 곧 돈이지만,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졌고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도 있다.
▲ 움직이는 CEO
올 시즌 1군엔트리 등록 기준인 상위 26인의 평균연봉은 1억8432만원이다. 또한,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평균연봉은 1억4050만원이다. 삼성을 비롯해 LG(1억2164만원), 롯데(1억1604만원), 한화(1억1564만원) 등 4개구단의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에 발표한 한국의 5명 이상 기업 직장인 평균연봉 3403만원의 약 3배를 받는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3년에 발표한 직업군별 연봉을 살펴보면 기업 CEO가 1억988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회의원이 1억65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이 톱10에 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1군엔트리 상위 26인의 평균연봉에는 미치지 못했다. 쉽게 말해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움직이는 CEO’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확실히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일단 주5일이 아닌 주6일 근무다. 월요일을 제외하곤 밤 늦게까지 일을 한다. 또한, 야구는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아무나 프로 1군에 등록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은퇴 후 퇴직금도 없고 매년 정년 퇴직의 압박에 시달린다. FA라는 달콤한 동기부여가 있지만, FA 자격인 풀타임 9년을 채우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밥값 잘하고 있나요
1억원을 넘게 받는 선수들이 매년 밥값을 잘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연봉 톱10에 들었던 선수들 중 몇몇 선수들은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구단들은 ‘간판선수의 자존심’세우기 차원이라며 연봉을 동결하거나 소폭 삭감했다. 몇 년 전 LG가 신연봉제를 도입해 연공서열을 파괴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구단들은 어느 정도 몸값을 받은 선수들에겐 연봉을 후하게 책정한다. 때문에 천만원대 선수들이 연봉 1억원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다. 연봉책정은 구단이 전체 인건비 예산을 책정해놓고 N분의1로 파이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FA로 거액을 받은 선수들의 경우 다년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3~4년간은 초고액 연봉이 보장된다. 때문에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밥값을 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3~4000만원을 받고도 1억원을 받는 선수들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많다. 평균연봉 1억원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여전히 연봉 1억원에 대한 가치와 분배가 100% 옳게 정립됐다고 보긴 어렵다. 구단들의 연봉 책정 방식이 비공개인 이상 어려움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연봉 1억원을 넘게 받는 선수는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과연 모든 선수가 그렇게 할까?”라고 했다. 다행인 건 비 시즌에 고액연봉자들과 구단을 중심으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억원을 넘게 받는 선수들은 그에 걸맞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봉에 맞는 성적을 올리는 건 기본 의무다.
▲ 최저연봉은 여전히 2400만원
1억원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돈잔치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1억원 넘게 받는 선수는 극소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 FA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고액 FA 1~2명의 연봉이 1~2군을 오가는 선수 10명의 연봉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올해 프로야구에 등록한 10개구단 선수는 총 597명. 이들 중 억대연봉자는 136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최저연봉은 2400만원이다. 중소기업 저연차들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1군 최저연봉은 5000만원인데, 5000만원 미만의 선수가 1군에 등록될 경우 5000만원을 기준으로 1일당 연봉 차액의 300분의 1을 추가로 받는다. 1군 최저연봉을 받지 못한 채 1군서 뛰는 선수가 생각 외로 많다. 대부분 2~3군 선수들인데, 이들은 20대부터 퇴직의 압박에 시달린다. 생계가 원활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퇴직금도 없고, 구단에서 나오면 사회 낙오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저연봉 선수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구단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최저연봉자들을 더 챙겨주면 결국 구단 인건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국인선수에게 드는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고액연봉자들의 연봉을 후려칠 수도 없다. 제대로 돈 한푼 버는 구단이 없고, 넥센을 제외한 9개구단이 모기업에서 운영비를 받아서 쓰는 한국프로야구의 어두운 단면이다. 국내야구의 부익부빈익빈이 더욱 심화될 경우 공멸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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