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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자기가 날 자꾸 왜 쳐다봐?”
KT 전창진 감독과 전태풍은 지난 23일에 면담을 했다. 22일 모비스전 패배 이후였다. 전 감독은 27일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내가 태풍이에게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태풍이도 나와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전 감독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던 태풍이와 달랐다. 마음이 여리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도 강하다”라고 털어놨다.
전 감독은 왜 전태풍과 면담을 했을까. “공격할 때 날 쳐다보더라. 자기가 왜 날 쳐다봐?”라고 짐짓 웃었다. 사실 전태풍은 KT 이적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KT에서 오리온스로 건너간 이적생들이 펄펄 날았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리온스에서 KT로 넘어간 이적생들은 잠잠했다. 특히 전태풍의 부진의 골은 은근히 깊었다.
알고 보니, 전태풍이 자꾸 전 감독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전 감독은 “태풍이가 인터넷을 많이 다더라. 기사 댓글을 보는 모양이다. 방송에서도 자꾸 태풍이가 볼을 많이 갖고 돌아다니는 걸 지적하면서 소극적으로 변했다”라고 했다. 마음이 여린 전태풍이 언론의 비판에 풀이 죽은 것이었다. 마인드가 움츠러든 전태풍이 KT 이적 이후에도 주춤한 결정적인 이유다.
전태풍은 본래 볼을 갖고 있는 시간도 길고, 자유롭게 공격을 하는 편이다. 오리온스에서도 이 부분에서 충돌이 있었다. 국내 대부분 감독들은 공수에서 꽉 짜인 패턴을 펼치는데, 전태풍이 너무 혼자 공격적으로 하다보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전 감독은 “내가 태풍이를 데려온 건 태풍이 마음대로 하라고 한 것이었다. 왜 내 의도를 모르나”라고 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KBL, WKBL 16개구단이 왜 꽉 짜인 패턴플레이를 많이 시도할까. 선수들의 기본적인 테크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꽉 짜인 패턴만 하면 사실 재미가 없다. 기술 좋은 선수가 많으면 나도 프리랜스 오펜스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전 감독은 “동부에선 주성이가 있었지만, KT에선 그런 선수는 없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태풍이 들어오면서 전 감독은 전태풍만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전태풍은 혹시 자신의 스타일대로 농구를 하면 전 감독의 눈 밖에 날까봐 눈치를 봤던 것이다. 전 감독은 “그럴 필요 없다. 태풍이에게 얘기해줬다. 1대5농구를 해도 좋다. 24초동안 혼자 계속 공을 갖고 있어도 된다. 치고 들어가서 곧바로 슛을 쏘는 것 외엔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전 감독은 전태풍이 KT서 자유롭게 자신의 농구를 펼치면서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길 바랐다. 패턴과 프리랜스 오펜스를 병행하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3강(모비스, LG, SK)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KT로선 전태풍으로 인해 필승카드를 한 장 더 손에 쥐고 싶었다. 그러나 전태풍이 전 감독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면서 KT도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전 감독은 “놀랐다. 전자랜드와 오리온스가 동시에 흔들리더라”고 했다. 최근 전자랜드와 오리온스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다. 물론 전태풍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자유로워졌다. 전 감독과 전태풍의 면담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비록 KT는 이날 패배했으나 전태풍이 마음껏 코트를 휘저으며 KT도 많이 좋아졌다. 역시 KT는 전태풍이 살아나야 팀 전력이 배가된다. 더 이상 전태풍이 공격하기 전에 전 감독의 얼굴을 쳐다볼 필요는 없다.
[전태풍.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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