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인의 외국인타자들이 키 포인트다.
국내야구가 8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켠다. 스프링캠프 일정은 사실상 끝났다. 현 시점에서 대부분 전문가가 입을 모으는 부분. “올 시즌 흥행 대박을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도로 정리된다. 축구 월드컵, 아시안게임은 국내야구 흥행에 달갑지 않은 요소다. 브라질 월드컵은 국내야구와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 중 야구를 하는 기간엔 국내야구가 중단된다. 직접 부딪히진 않는다. 그러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국내야구까지 하루 종일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국내야구가 각종 외부 위협요소를 이겨내려면 콘텐츠의 질이 높아야 한다. 현 시점에선 점치기 어렵지만, 올 시즌 판도는 그 어느 시즌보다 혼전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가운 부분은 또 있다. 위에서 언급한 외국인타자들이다. 외국인선수 수급 확대로 3년만에 돌아온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에 따라 올 시즌 9개구단의 농사는 물론이고 흥행 여부도 판가름 날 수 있다.
▲ 홈런과 흥행의 묘한 상관관계
타격왕은 포드차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타격왕보다 홈런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야구를 잘 모르더라도 야구장에 와서 홈런 구경 한번 하면 ‘본전 뽑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야구에서 벌어지는 장면 하나, 하나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에겐 홈런 한방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홈런은 야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물론 홈런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이 잘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역대 한 시즌 리그 최다홈런은 1999년의 1274홈런이었다. 이때 총관중은 322만624명이었다. 891홈런의 1998년 총관중이 263만9119명이었으니 많은 홈런이 관중을 더 많이 모으는 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하지만, 국내야구는 1999년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5년 연속 1000홈런 이상 나왔으나, 관중수 등락은 요동쳤다. 2009년 1155홈런으로 6년만에 1000홈런이 터졌으나, 이후 2012년까지 홈런 수는 꾸준히 줄었고, 관중수는 꾸준히 늘었다.
▲ 키맨은 외국인타자들
그러나 외국인타자들이 가세한다면 기대를 해볼 만 하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거였던 루크 스캇을 영입한 SK, 메이저리그서 장타를 과시했던 호르헤 칸투를 영입한 두산 등 스펙이 화려한 외국인타자들이 속속 국내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이 실제로 국내무대서 어느 정도의 홈런과 장타를 쳐줄 것인지는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야구에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리그 전체에 많은 홈런이 나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연습경기 행보만 보면 외국인타자들의 시즌 준비는 대체로 순조롭다. 스캇은 연습경기서 2개의 홈런을 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캇은 국내야구 적응 속도도 빠르다는 후문이다. 칸투도 지난달 28일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서 라이너성 타구로 홈런 신고식을 치렀다. 두산 캠프 합류 후 타격밸런스가 좋지 않았으나 최근 좋아지는 흐름이다. NC 에릭 테임즈는 연습경기 타격감만 놓고 보면 9개구단 외국인타자들 중 으뜸이다. 테임즈는 홈런을 많이 때리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중장거리포와 클러치 능력이 돋보인다.
KIA 브렛 필, LG 조시 벨,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등도 좋은 흐름이다. 필은 최근 몇 년간 꽉 막혔던 KIA 중심타선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벨은 스위치타자인데, 양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뽑아냈다. 나바로도 우려를 씻고 홈런 2방을 뽑아냈다.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는 아직 전반적으로 잠잠하지만, 국내야구 적응을 순조롭게 하고 있다. 다만, 한화 펠릭스 피에, 넥센 비니 로티노는 잔부상이 있어 아직 기량이 확실하게 파악되진 않은 상태다.
▲ 토종 거포들의 자극과 실질적 고비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 토종거포의 씨가 말랐다. 박병호(넥센)가 2년 연속 MVP에 오르며 위용을 과시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침체다. 리그에 타격전은 활발하게 벌어지지만, 화끈한 한 방을 갖춘 토종 타자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박병호, 강정호(넥센), 최정(SK), 최형우(삼성) 등은 주변환경의 자극에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반대로 외국인타자들 역시 국내 수준급 타자들에게 자극을 받아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국내 톱클래스 타자들의 수준을 또 다른 잣대로 냉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그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다.
외국인타자들의 기량은 시범경기서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9개구단은 시범경기서 파악한 외국인타자들의 습관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규시즌에 나선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서 투수들의 구위와 준비상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타자들로선 코칭스태프의 조언 속에 시즌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더라도 구단들의 현미경분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주머니 속에서 송곳은 튀어나온다. 탁월한 기량에 적응력이 뒷받침되면 국내야구를 접수하는 외국인타자 2~3명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들이 홈런은 물론이고 타격 전 분야에서 국내 타자들과 경쟁할 경우 그 자체로 예전에 없었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타자가 국내리그서 동시에 뛰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2년만의 700만 관중 회복의 키는 결국 9인의 외국인타자가 쥐었다.
[루크 스캇(위), 조쉬 벨과 브렛 필(가운데), 야마이코 나바로(아래). 사진 = 오키나와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