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자랜드가 조용히 업그레이드 됐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꾸준히 4~5위를 달렸다. 경기력의 기복이 있다. 팀컬러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전자랜드의 스쿼드를 살펴보자. 약체에 가깝다. 리카르도 포웰은 공격은 화려하지만, 수비에 약점이 있다. 찰스 로드는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예전보다 골밑 파괴력이 떨어진다. 정영삼, 박성진, 정병국, 함누리, 김지완, 김상규, 차바위 등이 1~3번 라인을 형성한다. 베테랑 이현호와 주태수가 골밑을 지킨다. 이현호와 주태수, 정영삼 정도를 제외하면 경험과 세기가 부족하다.
은퇴한 강혁, LG로 이적한 문태종의 공백은 확실히 크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6강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이유가 있다. 일단 국내선수들이 이타적이고 헌신적이다. 항상 자신을 버린다. 철저히 팀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정밀하고 기계적인 외곽 로테이션 수비와 골밑 협력수비, 수비 부담을 덜어낸 포웰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파생되는 공격. 평균 신장이 높지 않은 팀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이다. 때문에 전자랜드는 어느 팀을 상대해도 쉽게 패배하진 않는다. 물론 약팀에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 연승연패 속에서 일궈낸 업그레이드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자랜드는 1월 9일부터 18일까지 5연승을 내달렸다. 2월 7일부터 20일까진 거꾸로 5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다시 3연승을 내달렸다. 1일 선두 모비스에 의해 연승이 멈추긴 했지만,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면서 경기력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 했다.
일단 전자랜드 경기력의 핵심인 수비가 더욱 강화됐다. 주태수가 부상을 딛고 20분 내외를 뛸 수 있게 됐다. 주태수가 없을 땐 상대 매치업에 따라 이현호도 투입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키 작은 선수들이 미스매치를 버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주태수는 이현호와 함께 KBL에서 골밑 수비력이 가장 좋다. 매우 터프하다. 외국인선수 1명을 홀로 온전히 막아낼 수 있다. 이는 외곽에서 움직이는 1~3번 자원들의 골밑 도움수비 체크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골밑 수비가 강화되면서 외곽 수비도 강화됐다. 주태수와 이현호가 교대로 투입돼 체력 보완이 가능하다.
공격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찰스 로드의 효율성 업그레이드다. 유도훈 감독은 “여전히 예전의 몸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골밑 공격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전자랜드처럼 신장이 낮은 팀에 골밑 공격 강화는 고무적이다. 포웰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외곽의 좋은 슈터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정영삼, 김지완 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다. 포웰에게만 의존하던 공격 루트가 다변화됐다. 한 마디로 공수에서 카드가 다양해졌다. 수 싸움이 극대화하는 플레이오프서 매우 유리한 부분이다.
▲ 농구선수는 표현력이 좋아야 한다
유도훈 감독은 “농구선수는 표현력이 좋아야 한다”라고 했다. 여기에 전자랜드의 현 주소가 숨어있다. 볼을 받으면 질질 끌지 말고 어떤 플레이를 할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슛이면 슛,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평균 신장이 낮고, KBL 최고수준의 테크니션이 부족한 전자랜드엔 더욱 중요한 대목이다. 유 감독이 흔히 “다음 동작이 빨라야 한다”라고 하는데, 일맥상통한다. 공을 잡으면 곧바로 그 다음 플레이를 막힘 없이 해야 한다는 것. 막힘이 생기면 공격 흐름이 끊긴다는 의미다.
전자랜드는 1일 모비스에 전반전서 앞서놓고 후반 들어 역전패했다. 전자랜드가 5연패 기간 중에 나타났던 좋지 않은 모습이 축약됐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표현력이 부족했다. 한 박자씩 느렸다. 물론 모비스가 강력한 맨투맨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 신장의 우위를 활용해 리바운드에서 압도했다. 전자랜드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뒤 연속실점하자 그대로 주도권을 내줬다.
전자랜드는 로드의 업그레이드와 주태수의 합류로 객관적인 높이와 골밑 수비력이 좋아졌다. 내, 외곽의 밸런스가 좋아진 건 맞다. 하지만, 여전히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팀들 중에선 높이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외곽에 의존하게 된다. 5명이 철저하게 역할 분담이 되는 농구, 약속된 농구를 펼쳐야 하는 전자랜드로선 항상 선수들의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루 걸러 하루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서는 체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기력과 개개인의 의지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경우 넥스트 플레이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밑바탕이 부실한 상황에서 응용의 힘이 발휘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매 순간이 승부처인 플레이오프서는 치명적이다. 물론 시즌을 거듭하면서 객관적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건 맞다. 팀 농구를 향한 선수들의 의지가 강한 것도 플러스 요소다. 그러나 2% 부족한 건 사실이다. 여전히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서 빅3(모비스, LG, SK)를 압도할만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은 해볼만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전자랜드는 잔여경기,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서 최대한 좋은 표현력을 유지해야 한다. 유 감독의 강력한 동기부여와 선수들의 강인한 마인드는 기본 옵션이다.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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