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범경기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신 오승환은 지난달 25일 LG를 상대로 일본 데뷔전을 치렀다. 공식 데뷔전은 아니었다. 일본 언론들은 오승환이 5일 소프트뱅크와의 시범경기서 등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승환은 시범경기서 돌부처의 위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 언론들은 오승환이 오키나와 기노자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이후 한동안 오승환 찬양 일색의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특히 내딛는 발인 왼발의 키킹 동작을 이슈화해 보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신 홈구장인 고시엔구장의 불펜과 마운드 특성, 돔구장에 대한 적응 등을 과제로 꼽기도 했다. 국내 팬들로선 ‘왜 이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다. 실제 야구에 대해 낱낱이 해부하는 걸 좋아하는 일본 언론들의 특성상 극성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새겨들어야 할 지적도 있다.
▲ 시범경기, 피칭 폼 논란 정면돌파 할 기회
일본 언론들이 오승환 특유의 반 박자 느린 왼발 키킹을 두고 이중동작이 아니냐고 지적했을 때, 오승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오승환이 실제로 LG와의 연습경기서 쾌투하자 일단 일본 언론들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그러나 일시적인 침묵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는 엄연히 다르다. 일본 심판진들은 시범경기서 오승환이 등판하면 눈에 불을 켜고 오승환의 왼발을 지켜볼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보크 선언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무래도 보크가 심판마다, 특히 한미일에서 바라보는 잣대가 조금씩 다르다. 피칭 폼에 민감한 일본에선 오승환을 시범경기서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
오승환으로선 시범경기가 기회다. 실제로 5일 등판할 경우 오승환답게 던지면 된다. 지난 수년간 오승환이 보여준 성격상 투구폼 논란에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오승환 폼의 일관성이 일본 심판들에게 인정 받는다면, 이 논란은 정규시즌이 들어가기도 전에 일단락될 수 있다. 물론, 일본야구계에서 이 문제를 끝내 걸고 넘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순 있다. 어쨌든 시범경기가 분수령이다.
▲ 시범경기, 돔구장-공인구 적응할 기회
일본 언론들은 지난 3일 일제히 “오승환이 돔구장에 적응하는 게 과제”라고 보도했다. 오승환도 일본 언론들을 통해 ”마운드 적응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마운드 혹은 공인구가 핑계거리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중요한 대목이다. 오승환의 일본정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신의 홈구장 고시엔구장은 내야가 흙으로 덮여있다. 국내처럼 일반적인 잔디구장은 아니다. 아무래도 그라운드가 무른 편이라 수비할 때 적응해야 할 부분이 있다. 또한, 일본 언론들은 일부 구장의 경우 마운드와 불펜 마운드의 높이가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오승환이 실제로 이런 민감한 환경변화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시범경기서 미리 느껴보면 나쁠 건 전혀 없다.
시범경기서는 돔구장과 공인구 적응도 필요하다. 오승환이 속한 센트럴리그에는 요미우리(도쿄돔), 주니치(나고야돔)가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일본야구는 같은 리그의 팀끼리 24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오승환은 기본적으로 요미우리, 주니치와의 원정 20~24경기(제2구장은 돔구장 아닐 수도 있음)를 돔에서 치른다고 보면 된다. 또한, 퍼시픽리그 팀들과의 인터리그 원정서 무더기로 돔구장 경기를 치른다.
돔구장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 대신 기압 변화가 심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볼배합에 참고해야 한다. 또한, 오승환의 주무기 직구와 슬라이더, 새롭게 구사할 제3의 구종 역시 돔구장에서 어떻게 구사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은 직접 던지면서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본야구 통일구는 국내서 사용되는 공인구에 비해 반발력이 큰 편이다. 오승환으로선 큰 것 한방을 조심해야 한다. 시범경기는 결과가 중요하지 않으니 부담없이 시험하고 적응하면 된다. 공인구를 스프링캠프 기간에 충분히 적응했다는 건 다행스럽다.
▲ 신비감을 벗어라
일본 언론들은 한신 와다 유타카 감독이 센트럴리그 팀들과의 시범경기에 되도록 오승환을 기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한 시즌에 24경기를 치르는 팀들에 미리 오승환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미 스프링캠프 초반에 요미우리에는 되도록 감출 것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한신은 확실히 오승환의 연습경기, 시범경기 노출에 조심스럽다. 일본 특유의 현미경 분석 시작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오승환이 일본 정복을 위해선 언제까지나 본모습을 감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승환답게, 오승환의 경쟁력을 당당히 확인하는 게 일본 적응의 출발이다. 최근 한 야구인은 “일본 언론들이 최근 오승환에 대한 신중한 보도를 하는 건 여전히 오승환의 진가를 100%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서 일본에선 여전히 오승환에 대한 궁금증, 신비감이 있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의미다.
그렇다면 신비감, 비밀스러운 모습을 벗을 필요도 있다. 확실한 기량 어필로 일본 언론들의 불필요한 걱정을 잠재우는 게 오승환에게도 도움이 된다. 시범경기가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와다 감독이 오승환을 시범경기서 총 몇 차례 등판시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