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고아성은 대한민국 연예계에 있어 전무후무한 배우가 아닐까. 자신의 첫 영화로 천만 배우가 됐고 평생을 가도 한 번 볼까 말까한 세계적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기했다. 여기에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남들은 한 번 서보는 게 꿈인 영화제의 레드카펫까지 밟았다. 이 모든 것이 고작 20대를 갓 넘긴 고아성이 이뤄낸 일들이다.
이런 고아성도 영화 '우아한 거짓말' 작업은 두려웠다고. 하지만 특별하기도 했다. "여태까지 했던 작품보다 깊게 빠지는 것 같고 아직도 나왔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개봉을 앞둔 그의 심정이다.
고아성은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동생을 잃은, 그런 애도의 감정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경험하지 못한 채 할 수 있는 연기는 있어도 이런 감정은 영원히 모를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고 보니 필요 이상으로 빠졌던 것 같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 영화는 절대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감독님이 애도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달래주셔도 슬펐다. 촬영하던 두 달 정도는 집에 와서도 울었다. 그런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영화 촬영 전 걱정이 먼저 일었고,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화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 '우아한 거짓말'은 한 아이의 죽음과 그 이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냈지만 관객들에게 슬픔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안긴다.
고아성은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크게 느꼈는데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걸 깨닫고 나서 덜컥 무서웠던 것이 사람들은 다 안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좋은 배우,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흥행 성적이 얼마인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겪은 것만큼 좋은 배우가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스펙은 좋다. 칸도 가봤고 베를린도 가봤다. 틸다 스윈튼과도 연기해 봤다. 하지만 그만큼 성숙하지 못할까봐 그런 두려움이 덜컥 들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가 되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시기며, 은연 중 얼마나 많은 어드밴티지를 받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미 커버린 듯했던 배우 고아성은 사실 아직도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는 중이었다.
고아성은 "의도했던 건 아닌데 지나온 역을 보면 평이한 게 없었다. 내가 모르던 성향을 되돌아 봤을 때 독특한 걸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다.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화보를 찍을 때처럼 그런 식으로 조금씩 표출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어떤 색을 가지는 게 무서워진달까. 돌이켜 보면 예전에는 내 취향을 확실히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개성이 없어진 느낌이 든다. 그건 의도한 바이다. 어느 한 쪽에 있으면 편견이 되고 고정이 된다. 그래서 개성 없이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개성을 지워내고 있는 고아성은 배우로서 한발짝 한발짝 더 커가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중. 앞으로 더욱 개성 없어질(?) 그가 선보일 또 다른 세계가 기대된다.
한편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14세 소녀 천지(김향기)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어머니 현숙(김희애)과 언니 만지(고아성) 그리고 친구 화연(김유정)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13일 개봉.
[배우 고아성.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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