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정규시즌 2연패를 확정했던 지난 2일 춘천호반체육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3쿼터에만 테크니컬 파울을 두 차례 받아 퇴장당했다. 분노한 임 감독은 양형석 코치에게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주전들을 빼라고 지시했다. 퇴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그렇게 명승부는 싱겁게 마무리 됐다.
일단 임 감독이 욕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쟁점이었다. 임 감독은 절대 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퇴장을 선언했던 WKBL 임영석 심판은 임 감독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판단했다. WKBL은 4일 임 감독에게 150만원 제재를 내리면서 임 감독의 욕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테크니컬 파울 2회에 대한 제재금 50만원과 WKBL에 품위 손상에 대한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WKBL은 6일 심판설명회를 열어 임영석 심판의 판정의 정당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 테크니컬 파울 2회의 정당성
임 감독의 퇴장이 정당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임 감독이 첫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을 때는 3쿼터 종료 6분21초를 남긴 시점이었다. 양지희가 골밑에서 바스켓카운트를 얻었다. 임 감독은 그 장면이 안타까운 나머지 코트에 발을 쿵 굴렀다. 그러자 위성우 감독 앞에 있었던 임 심판이 반대 진영으로 넘어가서 임 감독에게 첫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농구인 A씨는 “양지희의 바스켓 카운트 판정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다만, 콜이 좀 늦은 감은 있었다”라고 했다. 농구인 B씨는 “임 감독도 딱히 흥분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심판이 갑작스럽게 테크니컬 파울을 줄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라고 했다. 테크니컬 파울 자체가 애매했다는 의미. 임 감독은 파울 콜이 늦었다며 발만 굴렀는데 항의로 인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두번째 장면. 3쿼터 3분48초 남긴 상황. 임 감독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엔드라인에 위치한 임 심판은 임 감독이 자신에게 세 차례 욕을 했다는 이유로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해 퇴장 조치했다. 사실 이 부분은 영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농구장 자체가 각종 시그널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내보내 봐”라는 얘기만 했다는 주장이고, 임 심판 입장에선 욕을 했다는 주장이다.
농구인 A씨는 “WKBL은 엄연히 감독의 항의를 금지한다. 욕을 하지 않고 ‘내보내 봐’라는 말을 한 것도 결국 항의다. 보기에 좋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농구인은 “심판들의 운영 미숙이 보였다. 굳이 퇴장까지 시킬 이유가 있었나”라고 했다. 농구인 B씨도 “심판들도 감독들의 심리상태를 잘 안다. 오해를 하고 있다면, 미리 양 감독을 불러서 판정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등 매끄러운 경기진행을 위해 노력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라고 했다.
▲ 임 감독도 잘못이 있다. 하지만…
두 농구인은 “전반적으로 이날 심판 판정 자체는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몇 차례 애매한 장면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평상시에도 나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임 감독의 항의 자체가 썩 보기 좋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감독이 코트에 들어와서 항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규정에 어긋난다. 때문에 임 감독도 이 사건에서 잘못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욕설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긴 어려울 듯하다. 애당초 일부 농구인들 사이에선 “양팀 선수들이 임 감독이 욕을 한 걸 들었다고 하더라”는 말이 나왔지만, 또 다른 농구인들은 “그 시끄러운 상황에서 선수나 심판이 어떻게 감독이 욕을 한 걸 듣나?”라고 반문했다. 임 감독이 큰 소리로 욕을 했다면 생중계 오디오에 그대로 잡혔을 것이란 의미. 그러나 당시 경기를 중계한 KBS N의 영상에는 욕이 들리진 않았다. 임 심판이 욕을 들었다면 WKBL은 신한은행에 명확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WKBL은 애당초 임 감독 퇴장의 이유를 욕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제재를 내릴 때 욕설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욕을 했다고 퇴장을 시켰는데 왜 그 부분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영상으로 판단이 어렵다고 했는데, 욕을 했다는 쪽에서 입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분은 일리가 있다. 현 시점에선 임 심판 외엔 임 감독이 욕을 했다는 걸 명확하게 주장할 사람은 없다.
또 하나. 임 감독은 “KB 서동철 감독도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내가 판정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니까 제재를 내리나?”라고 했다. 이 부분은 임 감독이 억울할 만하다.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심판설명회 이후 재심을 포함해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임 감독의 결백함을 반드시 증명하겠다는 것. 재심 요청은 해당 경기 이후 2주 내에 예치금 100만원을 내면 된다.
알고 보면 WKBL은 그동안 수 많은 판정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무성의한 대처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임 감독이 그동안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대응한 건 맞다. 하지만, 농구인들 사이에선 “몇몇 심판들이 특정 팀과의 경기서 판정을 공정하게 내리지 않는 듯 하다”라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 1~2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일부 심판은 기본적인 소양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이런 소문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 하지만, 임 감독뿐 아니라 그동안 몇몇 농구인들이 항상 지적한 부분이다. WKBL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 감독이 단순히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분노한 게 아니다.
WKBL은 판정에 대한 확실한 기준설정, 심판들에 대한 관리 및 교육 여부 등 전반적인 심판 시스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임 감독의 잘못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테크니컬 파울 2회의 정당성은 고개를 갸웃거릴 측면이 있다. WKBL은 심판설명회, 재심 심의 등을 통해 이 사건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한국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임달식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