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불꽃을 기다린다.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진부한 콘텐츠는 거부한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은 뉴 스타들을 원한다. 샛별들이 기존의 스타들과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이슈를 몰고 다니는 것에 열광한다. 새로운 스타에 밀려난 과거의 스타는 팬들에게 하루아침에 잊히는 게 프로스포츠의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네 사회와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역시 항상 새롭고 신선한 걸 원하는 경쟁사회다.
▲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 그립다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스포츠 프런트들은 “올드 유니폼 데이, 클래식 데이는 항상 반응이 좋다”라고 한다. 이런 것들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다. 롯데 등 일부구단들은 올드 유니폼이 하나의 흥행 콘텐츠로 자리매김 했다. 대부분 구단이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프렌차이즈 스타들을 경기장에 초청하는 행사 역시 팬들의 반응이 좋은 콘텐츠다.
프로야구는 올해 33세다. 성인이다. 지나온 과거가 있고, 추억이 있다. 지금의 4~50대 야구팬들 역시 프로야구의 33년과 함께 성장했다. 그들에게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는 추억의 유행가다. 사실 소비자들은 극도로 치열한 경쟁사회서 항상 새로운 것,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야 하고,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때로는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 더 신선하다. 추억의 마케팅이 잘 통하는 건 이유가 있다.
팬들이 나이를 먹고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의 부활에 열광하는 것도 이와 같다. 팬들도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을 바라보며 전성기 추억에 젖을 때가 됐다. 프로야구가 그 정도의 역사가 쌓였다. 그래서 팬들은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만큼이나 전성기가 지난 올드스타들의 화려한 재기와 귀환에 열광한다. 지난해 NC서 부활에 성공한 손민한, 프로 초년병부터 에이스로 군림하다 수술과 부진 후 깊은 늪에 빠졌던 배영수의 재기 스토리를 들어보면 팬들은 어느새 그들의 감정에 동화된다. 역사다운 역사가 쌓인 프로야구. 확실히 신선함 속의 익숙함이 그리운 시기가 됐다.
▲ 화려한 귀환을 꿈꾸는 올드보이들
감독은 비슷한 실력이면 저연차들을 쓴다. 미래 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력의 효율성과 연속성 유지에도 젊은피 중용은 필요하다. 그러나 야구는 고도의 테크닉과 경험이 수반되는 스포츠다. 베테랑들이 채워줘야 할 몫은 반드시 있다. 당장 젊은 선수들은 절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당장 기량이 좀 쇠퇴했어도, 준비와 활용에 따라 얼마든지 효율성 높은 베테랑들만이 지닌 콘텐츠의 힘은 있다.
올 시즌에는 유독 이름값 높은 베테랑들이 재기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이승엽(삼성), 김동주(두산) 등 연봉 톱10에 드는 고액연봉자는 물론이고, 서재응, 최희섭(KIA), 김선우(LG), 김병현(넥센) 등 전성기에서 황혼기로 향하는 메이저리그 1세대들의 자존심 회복에 관심이 간다. 이들 중 일부는 소속팀의 스프링캠프를 순조롭게 치르고 돌아오기도 했고, 또 일부는 1군 캠프에 콜업되지 못해 2군서 전전하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다. 그들에겐 폭발적인 전성기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부진,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에서 살짝 멀어진 게 사실이다. 팬들은 왕년의 스타들의 부진에 안타까워한다. 비록 몸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에 떨어져있지만, 마음으로는 공유하는 과거와 추억이 있다. 올드보이들이 부활할 경우, 그 자체로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해 국내야구의 생명력을 이끌어낼 뉴 콘텐츠로 기대된다.
▲ 베테랑 부활의 의미
한 야구관계자는 “베테랑 선수가 부활하면, 1~2년 안에 다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선수생활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젊은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많은 베테랑이 부활했으면 한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수들이 잠깐이라도 살아나면 그 자체로 젊은 선수들에겐 배움”이라고 했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들의 분전에 자극도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희망도 될 수 있다.
이승엽과 김동주는 국내 최고타자들이다. 이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타자들도 지독한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이들은 보란 듯이 자존심을 되살려 국가대표 4번타자의 위력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박명환도 부활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 손민한, 배영수 등 왕년의 우완에이스 3인방의 전원 부활을 뜻하기 때문이다. LG로 이적한 김선우, 넥센서 보여준 게 별로 없는 김병현 등도 올 시즌이 간절하다. KIA 최희섭과 서재응도 비슷한 처지다.
2014년.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왕년의 스타들이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까. 감독과 코치들은 냉정한 잣대로 그들의 재기를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올드보이가 돌아왔다”라는 말이 들려야 성공이다. 그래야 팬들과 후배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부활을 꿈꾸는 베테랑들이 시범경기부터 살벌한 전쟁을 시작한다. 단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위에서부터 이승엽, 김동주, 김선우, 김병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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