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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이하 '따말')의 유재학(지진희)은 여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뻔뻔한 남자였다.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질러놓고 아내에게 들켜도, 아내가 안하무인의 시어머니 때문에 모진 고난을 겪어도 태연한 듯 넘어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배우 지진희에게 의문점이 들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키다리 아저씨처럼 다정다감한 역할만 맡아왔던 그가 왜 유재학이라는 인물을 선택 했는지, 그리고 후회는 없는지. 최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난 지진희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들어봤다.
"유재학 캐릭터, 뻔뻔하지만 보통 남자들이 그렇다"
"보통 사회생활을 하면 다 맘에 드는 건 없는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모든 것들이 다 좋았어요. 서로 문자 보내고 이야기도 하고. 마지막 방송 일주일 전에 촬영이 끝났는데 같이 쫑파티도 했는데 한 피디가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쫑파티는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다 같이 모여서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이야기도 했어요. 과연 이런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우리는 복 받은 거예요."
지진희는 '따말'이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을 "모든 사람들이 자기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0대부터 40대, 30대, 2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사랑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입할 구석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았던 인물인 재학에 대한 반응 역시도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라고 말했다.
"재학이가 나쁜 건 알지만 다들 그걸 이해하는 것 같아요. 진짜 저렇게 뻔뻔하지만 보통 남자들이 그러니까. 그런데 또 어린 분들은 그걸 보고 욕을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러냐고. 그래도 제 또래 분들은 재밌게 잘 봤다고 어떻게 그렇게 (보통 남자들과) 똑같냐고 이야기 하셨어요."
재학은 일반적인 드라마 속 불륜남 캐릭터와는 달랐다. 무작정 여자들이 좋아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 아닌 사랑 없는 부부관계에서 나은진(한혜진)을 통해 진짜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라왔고 그렇게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송미경(김지수)과 결혼해버린 어찌보면 불쌍하고 슬픈 구석을 가진 인물이었다.
"미경이가 '당신 정말 불쌍한 남자야'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때부터 서로 완성된 모습으로, 서로 성인이 된 모습으로 서소를 바라보기 된 것 같아요. 그 상태에서 재학이는 '우리 1년간 이혼하지말고 연애해보자'고 해요. 미경도 그걸 존중해주고 이해하죠. 드라마가 그 과정까지 가는 성장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김지수 연기 잘하는 거 알았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지진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김지수의 열성팬이 됐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매 신을 소화해내는 김지수를 보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하물며 김지수가 뭘 먹는 지 어떤 영화를 보는 지까지 물어보며 김지수에게 배울 점들을 찾아다녔다.
"완전히 잘하더라고요. 워낙 김지수 씨의 팬이었고 연기를 잘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언제 저런 배우랑 연기해보나 싶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아주 훌륭했어요. 보통은 연기에도 주는 사람이 있고 받는 사람이 있는데 김지수는 자기가 열심히해서 그대로 주더라고요.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받는 게 없었고. 많이 배웠어요."
그는 김지수의 오열 장면을 '따말'의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오열하는 연기를 단 한 번만에 간 김지수의 집중력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명대사로는 '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놈이야 그리고 당신은 아직 내꺼야'라는 재학의 대사를 꼽았다.
"하나하나가 명장면이고 명대사였어요. 대사가 어순이 바뀌고 평소에 쓰던 게 아니라서 정말 어려웠는데 고급스럽기도 했어요. 고급과 저속을 넘나드는 맛이 있어서 하명희 작가는 결혼도 안 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까 싶었어요. (웃음) 저한테도 멋진 대사가 있었죠. '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놈이야 그리고 당신은 아직 내꺼야.' 그 전까지는 재학이의 대사 중에 그런 대사가 없었어요. 건조하고 자기 표현도 안하고 일과 가정에만 충실했지. 그래서 좋았어요."
지진희는 극중 가슴 아픈 사랑을 했던 20대 커플로 출연한 배우 박서준과 한그루에 대해서도 칭찬을 늘어놨다. 그는 두 사람에 대해 "앞날이 정말 기대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말 잘 맞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서준이는 서준이만의 그루는 그루만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이 있었어요. 그루는 한 번밖에 못 봤지만 서준이 같은 경우에는 호흡과 리듬이 달라요. 뭘 하든지 간에 남을 모방하거나 따라하면 안 되는데 이 친구들은 자기 색깔을 내요. 다들 두 사람한테 '잘 되면 나 잊으면 안 돼'라고 하고 그랬어요. (웃음)"
"'따말'은 날 돌아볼 수 있게 해준 드라마"
지진희는 '따말'을 "내가 제일 잘한 작품"이자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 정의했다. 전자는 제작진, 배우, 작가, 감독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세팅됐다는 점에서 자신이 제일 잘 한 작품으로 남았다는 것이고 후자는 가족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는 의미였다.
"3, 4년간 꾸준히 일을 하고 있는데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나름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가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건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내가 과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가서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지진희는 중국 영화 '길 위에서'와 홍콩 영화 '적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짓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로 다양한 작품들을 소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항상 지금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잘 찾아보면 지금까지 안 보여준 것도 많이 있거든요. 최근에는 영국 드라마 '셜록'을 해보고 싶었어요. 살인 사건을 다루는 거라서 쉽진 않겠지만 저한테 어울리지 않을까요?"
[배우 지진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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