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LG의 완승이었다.
정규시즌 우승 향방은 마지막 날인 9일에서야 갈리게 됐다. 7일 모비스전서 13점차로 완승한 LG. 모비스와의 공방율 우위를 확정했다. LG는 9일 KT를 잡으면 무조건 정규시즌 우승이다. 모비스는 9일 KCC를 무조건 잡은 뒤 LG가 KT에 패배해야 우승이다. 겉으로만 보면 확실히 LG는 많은 걸 얻었다. 그리고 모비스는 많은 걸 잃은 듯하다.
그런데 농구는 묘하다. 정규시즌서 갖고 있는 전력, 기세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승결정전이라 불린 이 빅매치를 가져간 LG가 유리한 고지를 잡은 건 맞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비스도 나름대로의 소득은 있었다. LG와 모비스는 다른 팀들이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전력을 가다듬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 LG의 이득
LG는 역시 승리 그 자체가 엄청난 이득이다. 단순히 정규시즌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LG는 7일 맞대결 전까지 모비스에 2승3패로 밀렸다. 결정적으로 경기내용에서 열세였다. 그 이유는 골밑이었다. 두 팀의 골밑은 강하다. 그런데 LG는 김종규의 부담이 컸다. 크리스 메시가 40분 내내 김종규를 도와줄 수 없다.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의 출장시간을 많이 갉아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모비스는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출장시간을 양분했고, 함지훈이 있다. 외국인 센터의 확실한 지원을 받는 함지훈은 김종규와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부드러운 풋워크로 수비력이 투박한 김종규를 압도했다. 함지훈은 힘에서도 김종규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맞대결서 김종규는 자신감을 얻었다. 득점에선 함지훈보다 4점 적은 14점이었으나 리바운드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9개를 잡아냈다.
특히 승부처에서 김종규의 리바운드 장악능력이 인상적이었다. 함지훈과 모비스 외국인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확실히 김종규는 최근 12연승기간에 플레이의 효율성이 좋아졌다. 김종규가 메시와 함께 골밑을 장악하자 외곽포도 터졌다. 문태종과 데이본 데퍼슨의 클러치 능력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LG는 챔피언결정전서 모비스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모비스의 이득
모비스도 이날 패배로 얻은 게 없지 않았다. LG전을 풀어가는 방법을 확실하게 느꼈다. 이날 모비스 외국인선수들의 합작 성적은 21점 8리바운드. 27점 18리바운드를 합작한 LG 김종규, 메시 콤비에게 완벽하게 밀렸다.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외곽 화력에서 LG에 밀린다.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김종규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모비스의 실질적 이득은 따로 있다. 역시 모비스가 LG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포지션은 가드다. 이날 양동근은 득점은 5점에 그쳤지만, 어시스트는 9개였다. 반면 김시래는 4점 4어시스트에 그쳤다. 이날 LG의 외곽슛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가드의 지원능력의 중요성이 그리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빙 승부, 특히 챔피언결정전서는 이런 점이 승부를 가를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양동근이 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던 김시래를 너무나도 잘 안다.
모비스가 LG를 압도하기 위해선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날 LG는 2쿼터 중반 이후 점수차를 확 벌렸다. 3쿼터에도 비슷한 흐름. 그러나 모비스는 경기 막판 10여점까지 점수 차를 좁히기도 했다. 이때 양동근을 중심으로 한 몇 가지 패턴플레이가 주효했다. LG 수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히 김시래, 유병훈 등 LG 가드진은 상대의 추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양동근에 비해 떨어졌다. 유재학 감독은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공산이 크다.
▲ 챔프전서 만난다면
두 팀은 챔피언결정전서 다시 만날 수 있다. 1차적으로는 4강 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관문을 통과한다면 챔피언결정전서는 제대로 맞붙을 환경이 조성된다. 두 팀은 현 시점에선 4강 플레이오프 상대의 6강 플레이오프 분석이 우선이다. 그러나 결국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궁극적 목표라면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날 맞대결 결과와 내용은 어떤 식으로든 챔피언결정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팀은 7일 맞대결서 기존에 보여줬던 전술, 전략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전반전부터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활용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은 다르다. LG와 모비스 모두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했다. 김진 감독과 유재학 감독 모두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이날 맞대결에 따라서 부분 수정 및 보완을 할 수 있다.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팀 전력을 정비할 시간이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농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LG는 실리를 가져갔고, 모비스는 깨달음이 있었다.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서 다시 만난다면, 그 흐름은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다.
[LG·맞대결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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