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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KBL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2013년 9월 30일. KBL 신인드래프트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나오는, KBL 관계자들과 10개구단, 농구인, 농구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드래프트였다. 일명 ‘경희대 드래프트’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서 허덕였던 LG엔 구단의 운명이 걸린 드래프트였다.
LG의 목적은 단 하나. 김종규였다. 김시래,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으로 우승전력 세팅이 한창이었던 상황. 김종규가 포스트에서 마침표를 찍어주길 바랐다. LG는 김종규를 데려오기 위해 미리 김종규가 마킹된 유니폼을 제작해서 드래프트 현장에 갖고 왔다. 보통, 원하는 선수가 있을 경우 이름이 새겨진 임시 유니폼을 갖고 오는 구단은 있었다. 그러나 LG는 진짜로 김종규의 정식 유니폼을 미리 만들어서 갖고 왔다. 김종규를 뽑지 못하면 그대로 유니폼을 폐기 처분해야 했다.
LG의 바람이 통했다. LG는 순번 추첨에서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약 10분간의 정회가 주어졌다. LG 프런트들은 이미 축제분위기였다. 더 이상 의견을 나눌 게 없었다. LG의 1순위. LG가 기다려온 특급 센터. 김종규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김종규는 LG 관계자들과 LG 팬들을 흐뭇하게 하는 한 마디를 던졌다. “KBL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5개월이 흘렀다. 2014년 3월 9일. LG가 창단 17년만에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규는 자신이 5개월 전에 했던 약속을 코트에서 지켜냈다. LG의 정규시즌 우승은 김종규 없인 상상할 수 없었다. 김종규는 이날 전까지 46경기서 29분28초간 10.5점 5.8리바운드 0.8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기록보다 팀 공헌도는 더욱 빛났다. LG가 그동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던 건 포스트가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LG는 과거 서장훈도 영입해보고, 특급 외국인센터는 다 영입했었다.
결과적으로 특급신인 김종규가 LG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쟁쟁한 선배들과 외국인선수들이 해내지 못한 LG의 우승 한을 프로 첫 시즌에 풀어낸 것이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 골밑슛과 리바운드 외엔 별다른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LG 입단 이후 달라졌다. 김진 감독과 강양택 코치의 지도 속에 하루가 남다르게 성장했다. 기본적인 중거리슛과 골밑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요령부터 스텝을 딛는 방법, 상대 집중 마크에 대처하는 요령, 지역방어 이해도 등 농구의 모든 걸 프로에서 업그레이드 했다.
LG는 시즌 중반까지 3위를 달렸다. 내부적으로는 우승이 힘들다고 본적도 있었다. 그러나 5라운드 중반 이후 시즌 막판까지 무려 13연승을 내달리며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규의 팀 공헌도가 대단히 좋았다. 문태종, 김시래, 제퍼슨과의 2대2는 물론, 지역방어 이해도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시즌 초반에 비하면 김종규의 농구 IQ는 매우 높아졌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가드와 포워드의 묘기에 관중이 열광한다면, 센터는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다. 2014년 3월. 김종규가 LG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했던 말을 지켰다. LG의 우승으로 김종규도 한 단계 올라섰다. 동시에 올 시즌 신인왕 후보 1순위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김종규에게 남은 건 통합우승이다. 신인의 창단 첫 통합우승 도전. LG 팬들에겐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김종규.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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