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실상 2파전으로 좁혀졌다.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끝났다. 정규시즌 MVP에 누가 선정될까. 현 시점에선 LG의 정규시즌 우승 프리미엄을 안은 문태종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정규시즌 2위, 3위팀에서 맹활약한 양동근, 문태영, 김선형 등의 MVP 선정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진 분위기다. 또한, 국내 취재진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외국인선수가 MVP에 선정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KT 전창진 감독이 “MVP는 당연히 조성민”이라고 말해 눈길을 모은다. 전 감독은 9일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직후 “기록을 보면 답이 나온다”라고 했다. 전 감독도 문태종에게 표가 쏠릴 것을 눈치 챈 듯했다. 그러나 꿋꿋이 “조성민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MVP 레이스를 주도하는 문태종과 전 감독이 밀고 있는 조성민. 결과의 예측을 떠나서 두 사람이 MVP 후보로 꼽히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 내실의 문태종
문태종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3.5점(12위, 국내선수 3위), 3점슛 성공률 41.8%(4위), 경기당 3점슛 1.7개(6위)를 기록했다. 기록만 봐도 리그 상위권이다. 그런데 내실은 더욱 좋다. 일단 슛 셀렉션이 안정적이다. 절대로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 데이본 제퍼슨, 김종규 등과 유기적인 호흡이 좋다. 완벽한 찬스에서만 슛을 던진다. 때문에 득점 확률이 굉장히 높다. 특히 승부처에서 강력하다. 올 시즌 문태종의 클러치샷으로 거둔 LG의 승수가 상당히 많다. 우승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7일 모비스전서도 문태종의 3점포가 위닝샷이었다.
문태종의 효율적인 플레이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LG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진 감독은 “시즌 초반 경기력 업다운이 심했다. 태종이가 그럴 때마다 제 몫을 해줬다”라고 했다. 김종규 역시 “농구의 신이다. 중요할 때 해주니 믿음이 간다”라고 했다. LG 젊은 선수들이 문태종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문태종이 팀 케미스트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LG의 문태종 효과는 기록으로 드러난 그 이상이다. MVP 후보 1순위. 말이 된다.
▲ 기록의 조성민
조성민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5점(7위, 국내선수 1위), 3점슛 성공률 45.4%(1위), 3점슛 2.2개(2위)를 기록했다. 전 감독의 말은 맞다. 기록에서 조성민은 그 어떤 국내선수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임팩트를 자랑한다. 문태종보다도 3점슛 성공률과 개수에서 앞선다.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조성민은 충분히 후보가 될 수 있다.
전 감독은 “김종범이 조성민을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낫다”라고 했다. 조성민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재능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조성민은 리그 최고의 3점슈터다. 비록 과거 슈터 계보를 이끈 전설들보다 역량이 떨어질지 몰라도, 현재 KBL에서 조성민만한 파괴력과 꾸준함을 장착한 슈터는 없다. 전 감독은 “조성민은 밑바닥부터 올라온 아이다. 기록을 보면 누가 더 잘했는지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원래 KT 전력은 강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규시즌 5위까지 이끈 것에 플러스 점수를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성민은 MVP 대항마다.
▲ MVP를 향한 가치정립
문태종과 조성민 모두 기록도 좋고, 내실도 뛰어나다. 양동근(모비스)과 김선형(SK)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MVP를 바라보는 가치정립이 관건이다. 기록에서 우위인 조성민이 그 자체로 가장 효율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 MVP를 사전적 의미로 풀이하면 팀과는 무관하다. 그저 효율적인 선수를 찾는 것이다. 문태종 역시 기록은 조성민보다 떨어져도 플레이 효율성만 따지면 조성민보다도 앞선다. 그 결과가 LG의 정규시즌 창단 첫 우승으로 도출됐다.
역대 정규시즌 MVP는 17차례 선정됐다. 그 중 14차례가 정규시즌 우승팀에서 나왔다. 확실히 우승팀 프리미엄이 강력했다. 문태종이 MVP에 선정될 경우 만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MVP가 된다. 이전까지는 2008-2009시즌 당시 32세의 주희정이 최고령 MVP였다. 당시 주희정은 정규시즌 우승팀에서 배출되지 않은 MVP였다. 당시 주희정은 평균 38분37초간 15.1점, 8.3어시스트 2.3스틸을 기록했다.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어시스트와 스틸 모두 1위였다.
우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문태종이 확실히 MVP에 가깝게 다가선 듯하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의 조성민 MVP론 역시 일리가 있다. MVP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다.
[문태종(위), 조성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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