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창단 첫 통합우승이다.
LG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17년만에 응어리진 한을 풀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정규시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포스트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22일부터 6강 플레이오프 KT-전자랜드전 승자와 5전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시즌 막판 13연승 과정에서 LG의 경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완벽에 가까웠다. 승부처에서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클러치 능력은 발군이었다. 김종규의 플레이 효율성도 좋아졌다. 김시래, 유병훈, 조상열 등 젊은 가드와 포워드들 역시 한 단계 성장했다. 가장 좋은 리듬을 유지하면서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12일간 실전경기가 없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고, 좋았던 점을 잃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게 최종목표인 통합우승으로 가는 변수다.
▲ 최상의 PO 대진, 통합우승 호기
정규시즌 우승의 열매는 달콤하다. 시즌 막판 13연승을 달린 LG. 그러나 김진 감독은 “부담감이 심했다”라고 털어놨다. 장기연승은 필수적으로 과부하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상대보다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으면 연승이 쉽지 않다. 그 흐름이 언제 끊길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가장 좋지 않은 후유증이 부상과 연패다. 그러나 LG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얻은 휴식기간에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정규시즌 연승 후유증을 최소화한 채 4강 플레이오프에 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포스트시즌 대진만 보면, LG가 통합우승의 호기를 잡은 건 확실해 보인다. LG는 정규시즌 4위와 5위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서 맞붙는다. 정규시즌 2위와 3위를 차지한 모비스, SK와는 챔피언결정전까지 피한다. 이것만으로도 최상의 시나리오다. 세 팀이 시즌 막판까지 우승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4강 플레이오프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KT와 전자랜드는 기본적으로 높이와 조직력에서 LG보다 한 수 아래다.
반대 시드에선, 아무래도 모비스와 SK가 4강 플레이오프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피 터지게 싸울 가능성이 크다. LG가 4강 플레이오프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사용한 채 끝내면, 자연스럽게 챔피언결정전서 체력적인 유리함을 안고 싸울 수 있다. 하루 걸러 하루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은 체력전이다. 가용인력이 많은 LG로선 매우 유리한 부분이다.
▲ 여전한 과제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과제도 있다. 일단 늘 지적됐던 점.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다. 문태종을 제외하고 LG 국내선수들 중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가 없다. 13연승 과정에서 상당수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5~6라운드 선두다툼은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심한 혼전이었다. LG 젊은 선수들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승을 일궈냈다. 그들이 성장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모든 팀이 상대의 약점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LG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은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김종규는 시즌 막판 동료와의 2대2 공격과 지역방어의 이해도가 좋아졌다. 하지만, 강양택 코치는 “아직 힘을 쓸 때와 아낄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40분 내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체력소모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체력전인 포스트시즌에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가 김종규에게 집중수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건 고무적이지만, 대비책은 필요하다.
김시래와 유병훈의 활용방안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김진 감독은 “속공전개능력은 김시래, 세트 오펜스는 유병훈”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현재 팀 사정상 김시래를 1번, 유병훈을 2번으로 기용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유병훈을 정통 포인트가드로 키우고 싶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유병훈은 중앙대 시절부터 경기운영, 돌파, 외곽슛 등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기간에 이런 잠재력을 모두 끌어올리긴 힘들다. 그러나 세트오펜스에서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선 유병훈의 활용도를 높일 순 있다. 김시래와 유병훈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가드진이 자연스럽게 강해질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단기전서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 받는 게 중요하다.
지역방어의 완성도도 끌어올려야 한다. LG는 올 시즌 지역방어로 재미를 봤다. 김시래, 유병훈, 조상열, 박래훈 등 젊은 선수들이 수비 적극성이 뛰어나다. 외곽에선 헌신적인 도움수비로 상대에 오픈찬스를 쉽게 주지 않는다. 김종규, 제퍼슨, 메시가 지키는 골밑 수비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숙제”라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요령과 노련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순간적인 도움수비 타이밍과 약속된 플레이를 가다듬어야 한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의 성향과 병행해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에 12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상승세가 꺾일 수 있지만, 약점을 보완할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결국 LG가 어떻게 실전경기 없는 12일을 보내느냐에 따라 창단 첫 통합우승이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다른 팀들도 LG를 그냥 놓아두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LG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