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초반 5경기까지는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할 겁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올해 64세다. 많은 경력을 쌓은 야구인이다. 일본 긴데쓰와 라쿠텐에서 코치와 스카우터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 두산 2군을 맡아 한국야구에 뛰어들었다. 1년만에 오른 사령탑. 그는 역대 최고령 초보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가 펼칠 야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요란했다. 김선우 임재철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윤석민 등이 빠져나갔다. 외부에서 들어온 전력은 장민석 이현승 정도다. 물론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믿을 구석이다. 하지만, 보직과 활용의 재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감독의 역량과 컬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에 따라 두산의 올 시즌 객관적인 컬러와 경쟁력이 결정된다. 송 감독은 일단 ‘무한경쟁’을 외쳤다.
▲ 초반 5경기는 선수들 상태만 지켜보겠다
많은 야구인은 송 감독을 두고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한다. 송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실천했다. 항상 기본을 강조했다. 그리고 전 선수를 편견없이 대했다. 연습경기서는 다양한 조합으로 실험을 거듭했다. 베테랑들이 빠져나간 타선. 확실한 역할분담이 필요한 불펜. 송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현재까지 정해진 건 “주전 마무리는 이용찬”이라는 사실 정도다.
시범경기가 시작했다. 송 감독은 “초반 5경기까지는 상대가 아닌 우리선수들을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벤치가 대응하겠다는 게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오직 두산 선수들의 테스트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세 차례의 시범경기. 2무1패로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나 송 감독은 매 경기 주전라인업을 조금씩 바꿨다. 교체 선수들의 폭도 넓혔다. 마운드에서도 철저하게 최대한 많은 투수들을 실험하고 점검했다.
두산의 전력은 빠져나간 인원이 많다고 해도 여전히 ‘기본 4강권 이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송 감독은 남부럽지 않은 좋은 자원들을 데리고 감독 첫 시즌을 맞이했다. 그렇다고 해도 조심스러운 움직임이다. 돌발변수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야구를 펼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초반 5경기서 우리 선수들만을 지켜보겠다”는 발언은 감독 첫 시즌인 송 감독의 신중한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아직 베일에 가린 송일수 야구
때문에 아직 송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야구를 펼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원칙을 추구하는 야구’ 일본야구 출신답게 ‘스몰볼, 아기자기한 야구’를 펼칠 것이라는 설명은 다소 추상적이다. 이제 시범경기 3경기를 치렀으니 송 감독의 색깔을 확인하기엔 확실히 역부족이었다. 또한, 송 감독으로서도 내실 없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야구를 펼칠 이유는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는 있다. 어떤 사안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할 때, 매우 구체적이란 느낌이 든다. 홈런타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송 감독은 “칸투가 있지 않느냐. 그리고 우리팀은 잠실에서 경기를 많이 한다. 홈런보다는 단타, 타점을 노리는 공격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베테랑 김동주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지금은 부를 생각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직접 2군에 가서 몸 상태를 확인할 생각이다. 기존 선수들이 부진하고, 김동주의 몸 상태가 좋으면 1군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경기 후 코멘트도 두루뭉실하지 않고, 디테일했다. 송 감독은 9일 목동 넥센전 이후 “오늘은 세 가지 잘못으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투수들의 볼넷이 많았고, 김수완이 베이스 커버 실수를 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이 아직 제대로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조목조목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선수들에게 수정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송 감독은 11일 김해 롯데전 이후에는 “볼스테드의 공이 좋았다. 투구 템포도 빨랐고 빠른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좋았다. 이용찬의 팔 스윙도 이상적이었다. 민병헌이 톱타자로서 끈질긴 승부를 보여줘서 좋았다”라고 조목조목 칭찬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송일수 감독의 야구는 ‘원칙 중시’ ‘무한 경쟁’ ‘세밀한 야구’ 정도로 요약된다. 특히 선수들에게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송 감독은 아직까지 경기 중에 특별한 작전지시를 하진 않았다. 투수들이 실점을 해도 계획된 이닝을 소화하게 했다. 선수들을 믿고 맡기며 컨디션을 체크하는 데 집중했다. 철저한 시범경기 모드다.
이제 눈 여겨 볼 점은 정규시즌 모드다. 장기레이스를 계획하고 끌어가기 위해선 감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시범경기 막판이면 맛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때 송 감독의 야구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시범경기 초반. 송 감독은 자신의 야구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다. 올 시즌 두산 야구도 아직은 베일에 가린 상태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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