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제일 못한 것 같다. 빛나는 연기를 해줘 감동 받았다."
배우 김희애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언론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것도 기자들이 모여 있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에 담기는 상황에서.
김희애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우아한 거짓말'에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김희애와 성동일은 말할 것도 없다. 옆집 총각으로 등장하는 유아인 마저도 이 영화의 '웃음의 꽃'으로 작용한다. 이들 만으로도 '우아한 거짓말'은 올 봄 볼만한 영화로 손꼽힐 만하다.
이런 '우아한 거짓말'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소녀 천지(김향기)가 숨겨 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어머니 현숙(김희애)과 언니 만지(고아성) 그리고 이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한 감독이 '완득이'에 이어 다시 한 번 김려령 작가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천지의 죽음,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것만 놓고 보자면 '우아한 거짓말'이 어둡고 무거운 영화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영화의 카피처럼 '웃픈(웃기고 슬픈)' 영화다. 관객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가며 유쾌함을 안긴다.
붉은 목도리 하나로 천지의 죽음을 암시하는 법도 '우아한 거짓말'스럽다. 아름답고 따뜻한 이 영화는 웃음 속에서 관객들의 심장을 콕콕 건들이며 가슴 한편에 묵직함, 아련함,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일례로 자신의 곁에 남은 또 다른 딸을 위해 "세 명분으로 힘차게 살 거니까 잘 먹자"라고 말하는 현숙은 하루하루를 예전과 다름없이 살아가고, 이런 모습을 통해 울부짖음보다 더한 슬픔을 전한다.
그럼에도 '우아한 거짓말'의 신의 한 수는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가 아닌 유아인이다. 유아인이 연기한 추상박은 이한 감독에 의해 탄생된 인물. 소설 속에서는 나이대가 있는 좀 있는 오대오라는 캐릭터지만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추상박 역으로 그려졌다. 추상박은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숨 쉴 구멍과 즐거움을 안기며 슬픈 감정에 침잠되지 않도록 만드는 백신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시선을 끄는 건 우리가 한 번쯤은 꼭 짚어봐야 할, 최근까지도 계속 지적돼 온 문제를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말로 인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현실, 왕따 문제, 가족과의 소통 등을 건들인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예비 살인자'는 아닌지, '예비 살인자'를 보고도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나와 상관없다는 이유로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이는 배우들의 호연, 이한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연출 덕에 더욱 극대화 됐다.
'우아한 거짓말'은 김희애가 왜 2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잘 알 수 있게끔 하는 영화다. 김희애는 이런 작품을 기다리며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시청자들과 만나왔을 것. 뿐만 아니라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의 경우 몇 년 후 선보일 영화, 드라마를 기대하게끔 한다. 그 때가 되면 이들 덕분에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도 어느 정도는 사라지지 않을까. 오는 13일 개봉.
[영화 '우아한 거짓말' 스틸컷. 사진 = 무비꼴라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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