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변수는 존재한다.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시작하는 SK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전문가들은 대부분 SK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정규시즌이 아닌 단기전이다. 12일 전자랜드와 KT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처럼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 변수가 단기전의 특성과 결합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SK와 오리온스 역시 전자랜드와 KT와 마찬가지로 팀 컬러가 비슷하다. 오리온스는 시즌 중반 KT와의 4-4 트레이드 이후 포워드 농구로 컬러를 바꿨다. 190cm가 넘는 장신 포워드들이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농구를 한다. SK는 포워드 농구의 원조다. 장신 포워드가 즐비하다. 두 팀은 매치업에서 빈틈이 없다. 때문에 승부는 의외의 부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 허일영과 김동욱의 경기력
오리온스는 허일영과 김동욱이 키 플레이어다. 우선 시즌 중반 전역한 허일영은 상무에 다녀온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외곽슛의 폭발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연이어 3점포를 꽂는다. 오리온스 포워드 농구의 아쉬운 점. 확실하게 외곽에서 마무리를 지어줄 슈터가 부족했다. 허일영이 합류하면서 이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됐다. 오리온스가 8연승을 달렸을 때 허일영의 영양가는 대단했다. 포워드농구의 마침표였다.
그런데 허일영이 지난 4일 KGC전서 발목을 다쳤다. 9일 삼성과의 최종전서 뛰지 못했다. 부상 이후 8일이 흘렀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괜찮다. 회복했다. 뛸 수 있다”라고 했다. 오리온스로선 가슴을 쓸어 내릴 일이다. SK는 김민수, 박상오 등 장신포워드들이 외곽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리온스는 허일영의 경기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 김동욱이다. 사실 오리온스서 기본적인 농구 IQ가 가장 높은 선수가 김동욱이다. 볼 없는 움직임, 타이트한 1대1 수비에 어시스트 능력도 갖췄다. 이런 플레이를 거의 매 경기 선보인다면 대단히 효율적인 플레이어다. 그러나 김동욱의 치명적인 약점은 기복이다. 너무나도 심하다. 정확히 지적하면 경기 초반 적극성이 뛰어날 경우 오리온스가 잘 풀리고, 반대의 경우 어려운 경기를 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6강 플레이오프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층이 두꺼운 SK에도 김동욱처럼 센스있는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많지 않다. 관건은 김동욱 자신에게 있다. 김동욱이 집중력을 발휘할 경우 최진수, 허일영, 김도수 등 오리온스 특유의 외곽라인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SK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 심스 옵션
문경은 감독은 정규시즌 3위를 확정한 뒤 선수들을 거세게 몰아쳤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린 이후 상실감을 느낄 여력 조차 없게 하기 위한 특유의 용병술이었다. 그러나 전술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여유가 없었다. 코트니 심스 활용도의 극대화. SK의 플레이오프 우승 키워드다. 장신 포워드가 즐비한 오리온스를 상대로 더더욱 필요한 옵션이다.
심스는 애런 헤인즈처럼 득점력이 좋다. 오히려 제공권은 더욱 좋다. 결정적으로 오리온스 리온 윌리엄스보다 신장에서 우위다. 골밑 파괴력이 SK보다 약한 오리온스로선 윌리엄스가 주춤할 경우 경기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문 감독은 “우리나 오리온스가 포워드들을 내세운 매치업은 대등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심스가 윌리엄스에게 우위”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SK로선 심스의 기용 타이밍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 문 감독은 심스를 활용한 2-3 지역방어를 준비 중이다. SK가 정규시즌서 거의 보이지 않았던 수비전술이다. 심스가 톱에 서면 헤인즈보다 발이 느리기 때문에 빠른 트렌지션을 위한 기존 3-2 지역방어에 대한 메리트는 떨어진다. 또한, 상대의 2대2 픽앤롤 수비에서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약점을 메우기 위해 심스를 골밑으로 내리는 2-3 지역방어를 내세웠다. 사실 평이한 수비다. 그러나 SK가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외곽 수비수들의 움직임과 로테이션 타이밍이 다르다. SK는 정규시즌 막판 몇 차례 시험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얼마나 다듬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움직임과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경우 오리온스에 무차별 외곽포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효할 경우 SK 전력은 배가된다.
▲ 특별한 정신력
단기전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맞춤형 전술을 준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 걸러 하루 경기가 치러지는 특성상 체력과 정신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용 인력이 풍부한 SK와 오리온스는 체력 세이브에는 큰 문제가 없다. 결국 또 다른 변수는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과 적극성이다. 본래 농구는 선수 개개인이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가 경기력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 승부처에서 루즈볼 소유, 박스아웃과 리바운드 성공은 승패를 뒤바꿀 수 있는 요소다.
오리온스는 독이 올랐다. SK가 6강 플레이오프 상대로 결정된 뒤 추일승 감독은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정규시즌서 1차례도 이기지 못했지만, 그게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우는 계기가 된 듯하다. 느슨한 정신력을 보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 오리온스가 갖고 있는 최상의 전력으로 부딪힐 수 있다는 뜻이다.
SK 역시 마찬가지다. 6라운드서 모비스, LG 등 우승경쟁자들에 연이어 무너졌다. 충격이 2배였다. 시즌 내내 선두를 내달리다 3위로 추락한 아픔은 컸다. 이런 상황에서 문 감독이 선수들을 강력하게 몰아친다. 선수들로선 독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SK 역시 오리온스에 빈틈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제대로 붙는다는 가정이 나온다.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오리온스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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