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왜 구체적인 목표를 거론하지 않았냐고?”
LG 김기태 감독이 14일 삼성과의 대구 시범경기를 앞두고 지난 1월 시무식에서 왜 구체적인 목표를 거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LG는 지난해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기태 감독 2년차에 접어든 LG가 확실히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올 시즌에도 LG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레다메스 리즈의 이탈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LG의 야구 DNA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단 한번도 “우승”이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매사에 신중한 김 감독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 한편으로는 팬들 입장에선 “목표가 없는 감독”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김 감독의 깊은 뜻이 있었다. 김 감독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선수들을 끌고 가기보다는 선수들이 가는 길을 밀어주고 지원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감독이 목표를 제시하고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선수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야 선수들이 좀 더 똘똘 뭉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우리 사회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알아서 조직이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목표를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김 감독은 “요미우리 코치 시절 일본시리즈서 우승한 적이 있다. 올림픽에서 코치 신분으로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중심이 돼서 일궈낸 우승이 아니었다”라며 “나는 아직 우승을 해보지 못한 야구인”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선수시절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김 감독은 “우승도 해보지도 못한 사람이 지도자가 됐다고 우승하라고 그러면 되겠나. 그건 경우에 따라서 나를 안 좋게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도 “우승”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김 감독은 단지 LG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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