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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저와 닮은 부분이 참 많죠"
밝다. 털털하고 솔직하다. 개성 있으면서도 익숙하고, 통통 튀면서도 안정적이다. 스무살에 덜컥 데뷔한 뮤지컬 배우 박란주(25)는 벌써 8년차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풋풋하고 상큼하다. 그런 박란주가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만나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박란주는 물론 관객들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 핫한 배우들이라면 대부분이 거쳐간 작품. 첫사랑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는 남자와 첫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여자의 만남을 그린 '김종욱 찾기'는 2003년 초연 후 꾸준히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하는가 하면 공유, 임수정이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인기 작품이다.
꾸준한 인기 만큼 '김종욱 찾기'에 출연하는, 또는 출연했던 배우들은 대학로에서 한차례 인정 받은 배우라 할 수 있다. 매 시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갖고 찾아오는 '김종욱 찾기'의 배우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란주 역시 '김종욱 찾기' 합류가 반가운 배우가 아닐 수 없다. 20세 어린 나이에 2007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박란주는 이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친근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도 자신을 '배우'라고 칭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하는 박란주.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털털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한결 편해진 모습을 드러냈다.
▲ "'김종욱 찾기' 속 박란주가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요"
사실 박란주는 2년 전 '김종욱 찾기'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엔 인연이 닿지 않았고 조금은 더 성숙해진 현재 박란주는 '김종욱 찾기' 무대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박란주의 '김종욱 찾기' 출연은 전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속 혜주와는 또 다른 모습을 기대케 했다. '번지점프를 하다' 속 혜주가 새침하고 귀여운, 어찌 보면 공주님 같은 캐릭터였다면 '김종욱 찾기' 속 박란주는 실명을 그대로 쓰는 만큼 박란주 본연의 모습이 한껏 드러나는 캐릭터다.
"관객들은 '박란주가 고등학생에서 갑자기 노처녀를 하는 것이 어울릴까? 잘 할까?'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달랐죠. 각오를 하고 연습에 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가 '김종욱 찾기'는 그 전과는 많이 달라요. '번지점프를 하다'가 끝난 뒤에 한달도 안돼서 연습에 들어갔으니 관객들도 '띠용'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제겐 어떻게 보면 진짜 잘 맞는 역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박란주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하며 자신과 다른점을 많이 느꼈다. 나이가 가장 큰 이유였고 새침하고 귀여운 성격도 자신과 많이 달랐다. 그러나 '김종욱 찾기' 속 그는 씩씩하고 털털한, 남성적인 부분이 있는 겁 없는 여자 캐릭터. 접근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란주는 "'번지점프를 하다' 혜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 아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만나는 것이었다면 '김종욱 찾기' 속 박란주는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여인이잖아요. 아무래도 두 역할 나이대가 너무 다르고 이들이 말하는 사랑 이야기 자체가 다르니까 주변에서도 걱정하고 저도 걱정이 됐어요"라고 고백했다.
"사실 인간 박란주를 두고 봤을 때엔 '김종욱 찾기' 속 박란주가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더 잘 소통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아요. 혜주는 학생의 풋풋함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 '김종욱 찾기'는 한 여자로, 한 사람으로서 공감대를 얻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김종욱 찾기', 익숙해지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고민을 했다. 캐릭터 자체를 표현하는 것을 뛰어 넘어 공감까지 이끌어내고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 그래서일까, 동료 배우들과의 소통도 중요했다. 이는 곧 그녀가 작품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행이었던 것은 박란주와 함께 '김종욱 찾기' 속 그 여자 역을 맡은 배우 홍지희, 유리아가 동갑내기일 뿐만 아니라 성격도 잘 맞았다는 것. 같은 역을 맡은 배우로서 서로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건만 오히려 좋은 동료,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됐다.
"같이 인물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것이 상대역보다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동안 언니들이랑 주로 작업을 했는데 이번엔 셋이 동갑내기니까 그것도 신기했어요. 한편으론 '이제 친구들하고 작업 할 나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되게 새롭더라구요.(웃음) 지희는 구면이었지만 리아는 처음 만났어요. 사실 리아는 키도 크고 도도하게 있으면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저보다 언니인 줄 알았는데 성격도 완전 활발하고 파이팅이 넘쳐요. 지희는 차분한 줄 알았는데 장난기가 많아요. 단시간에. 확 친해져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연습도 하게 되고 서로 응원도 해주고 너무 잘 맞아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인물을 만들어가고 서로의 팬이 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워낙 색깔이 다르다 보니 서로의 색깔을 인정 하며 서로의 팬이 된 것. 그러다보니 서로의 공연을 봐주고 응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졌다. 이는 곧 작품 자체에도 영향을 끼쳐 작품의 에너지도 강해졌다.
그렇다면 김종욱과 그 남자 역을 연기하는 상대역 박영수, 이현, 민우혁은 어땠을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실명을 쓰다 보니 매 공연 상대역의 이름부터 다르다. 사람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호흡 자체도 달라지기에 이들의 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박란주는 "호흡이 다른 것에 대해 새로 생기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에너지가 생기고 제가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하게 돼요"라며 "익숙해지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보통 똑같은 공연을 한 배우와 계속 하다보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성 없이 연기하게 되는 순간도 있어요. 근데 '김종욱 찾기'는 매번 긴장이 되고 상대가 주는게 다르다 보니까 받는 것도 달라지게 되는 게 분명히 있어요. 그게 재미있어서 매번 신나요"라고 말했다.
▲ "장점? 순간 집중력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박란주의 원래 꿈은 사실 가수였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우연찮게 국악예고를 가게 됐다. 그 때 처음으로 연기를 접했고 17세에 처음 연기를 하게 됐다. 이후 학교 내에서 뮤지컬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도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대학 입학 후인 2007년, 1학년 1학기를 갓 마친 스무살 박란주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다. 그녀의 끼가 일찌감치 발굴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작 박란주는 "대단한건 아닌데.."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이내 "사실 오디션에 붙었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고 대단한게 맞긴 하죠"라고 정정한 뒤, "근데도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항상 운이 좋았던 것 같고 모든건 팔자인 것 같고.."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벌써 8년차가 됐어요. 학교 때문에 중간에 1년 쉰 것 말고는 계속 작품 활동을 해왔구요. 웬만한 오빠들보다 선배더라구요.(웃음) 솔직히 다른 배우들에 비해 순조로웠던 것 같긴 해요. 노래를 통해 뮤지컬을 만났고 어쨌든 노래를 계속 하고 있으니 더 풍요로운 직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세계가 있다니' 자연스럽게 더 큰 매력을 느꼈죠. 좋게 봐주시는 제작자 분들도 계셧고 오디션도 많이 떨어졌지만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었던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박란주는 계속해서 운이 좋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분명 스무살부터 끼를 인정 받고 꾸준히 무대에 오른 것은 누가 봐도 인정 받아 마땅한한 일. 그러나 박란주는 계속해서 배워가는 중이라며 자기 칭찬에 인색했다. 이에 박란주에게 공식적인 자랑 타임을 외쳤다.
"자랑 타임.. 아.. 이런거 너무 힘든데.. 집중력은 자신있게 말하는 것 같아요. 순간 집중하는 게 있어요. 길게 말고 순간 집중력이라는거 강조해 주세요. 그건 고등학생 때 연기할 때부터 칭찬 받아온 것이라서 제 입으로 말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끌어내는데 있어서 순간 몰입도가 높은 것 같아요. 등퇴장이 있기 때문에 감정이 환기되거든요. 근데 어렵지 않게 그 감정을 다시 끌어내는게 장점 같아요. 딱 그정도까지에요. 으악. 더이상은 말 못해요.(웃음)"
자랑 타임은 길지 않았다. 여전히 배울게 많다고 생각하는 박란주였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자랑 타임도 어색해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던 박란주다. 그렇다면 여전히 배우고 있는 박란주가 하는 노력, 포부는 무엇일까.
"노래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사실 아니지만 노래 잘한다는 것보다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절 춤 추게 만들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배우 박란주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려면 관객들에게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죠. 아직은 배우라는 말을 제대로 못해요. 창피해요. 아직 제 입으로 저를 배우라고 부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요. 무대 위에서 공연했던 순간부터 배우이긴 했지만 스스로 저를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요."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박란주는 다양한 노력을 한다. 먹는 것을 좋아해 많이 먹으러 다니고 영화도 많이 본다. 음악도 더 많이 듣고 친구들을 만나 소소하게 잘 지내며 그 안에서 자신이 배울 점을 찾는다. 화려한 삶이 아닌 일상에서의 배움. 배우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쉬면서도 배움을 잊고 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마련한다.
"전미도, 김지현, 방진의 언니 세분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보면서 멋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사람으로 봤을 때도 멋있는 분들이에요. 언니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이렇게 배운 것들을 통해 항상 감사하고 진실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거예요. 주시는 사랑에 배신하지 않는, 갚아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박란주가 출연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박란주, '김종욱 찾기'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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