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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는 제2의 제이 데이비스가 될 수 있을까.
데이비스는 한화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름이다. 한화는 물론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2003년을 제외한 7시즌 동안 한화에서 뛴 데이비스는 통산 836경기에 나서 타율 3할 1푼 3리(3130타수 979안타)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를 기록했다. 그의 호쾌한 한 방과 거수경례 세리머니에 한화 팬들은 열광했다.
데이비스는 입단 첫해인 1999년 130경기에서 타율 3할 2푼 8리 30홈런 106타점 35도루 맹활약으로 한화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고, 자신의 한국 무대 마지막 해인 2006년에도 타율 2할 8푼 4리 21홈런 74타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4년(19홈런)을 제외한 매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등 외국인타자 통산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대전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은 건 당연지사다.
올 시즌부터 '한화맨'이 된 피에에게도 데이비스의 느낌이 묻어난다. 좌투좌타 외야수, 그리고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이 출중한 외국인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한화와 공식 계약한 피에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빅리그 통산 성적은 425경기 타율 2할 4푼 6리 17홈런 99타점 21도루 출루율 2할 9푼 5리. 지난해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27경기에 출전, 타율 1할 3푼 8리 홈런 없이 2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8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9푼 3리 76홈런 412타점 176도루 출루율 3할 5푼 2리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퓨처스게임에 출전하는 등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트리플A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5푼 1리 8홈런 4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피에의 계약 당시 한화 구단 관계자는 "피에는 좌·우측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타격 기술은 물론 강한 어깨와 폭넓은 외야 수비범위를 지녔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피에는 스프링캠프 초반인 지난 1월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진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뛰는 선수다"며 도약을 노리는 한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했다. 도미니카리그 시절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영상 때문에 불같은 성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피에다. 하지만 그는 "그때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알고 보면 다혈질적인 성격이 아니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에도 "무서워하지 말고 다 물어보라"며 웃어 보이기도.
일본 스프링캠프 기간에 손가락 부상을 당한 그는 선수단보다 이틀 늦은 지난 8일 귀국해 9일부터 1군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프리배팅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13일에야 시범경기에 첫선을 보였다. 13일 NC전 7회말 김민수 타석에 대타로 나선 그는 깨끗한 중전 안타를 터트린 데 이어 도루까지 성공하며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이튿날은 더 인상적이었다. 5회말 추승우 타석에 대타로 나선 그는 NC 찰리 쉬렉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트리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라이너성 타구로 질도 좋았다. 1-2로 뒤진 7회말 2번째 타석서는 NC 손민한의 3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는 동점 솔로포로 연결했다.
시범경기 3타석 만에 안타는 물론 도루와 홈런, 타점, 득점까지 타자로서 좋은 건 다 했다. 패색이 짙던 한화는 피에의 한 방으로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대전구장에 모인 홈팬들은 피에의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했고, 홈런이 터지자 함성은 극에 달했다.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첫인상이 무척 강렬하다. 오히려 시범경기 첫날부터 꾸준히 출전한 외국인타자들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트로 주심을 툭 건드리며 인사를 건네는 다소 특이한 제스처도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다. 2경기 만에 '핫 이슈'로 떠오른 건 물론이다. 여기저기서 "데이비스의 재림이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아직 정규시즌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고 말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피에의 초반 임팩트가 대단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리그에 확실히 적응되면 더욱 무서운 기량을 뽐낼 가능성이 크다. 그는 "한국에 와서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는 항상 그렇다. 1주일이면 내 집처럼 느껴질 것이다"며 빠른 적응을 다짐했다. 피에가 한화 팬들에게 데이비스가 맹타를 휘두르던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한화 이글스 펠릭스 피에.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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