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수비가 준비한대로 이뤄졌다.”
전자랜드가 반격했다. 시리즈 스코어 1-1. 전자랜드와 KT의 6강 플레이오프는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2차전은 전형적으로 전자랜드의 농구가 풀린 날이었다. 유도훈 감독의 위와 같은 코멘트처럼 전자랜드가 자랑하는 촘촘한 수비조직력이 위력을 되찾았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없었다. 특히 KT 공격의 핵심 전태풍과 조성민을 완벽하게 막았다. 그러자 후안 파틸로의 파괴력도 뚝 떨어졌다.
KT는 3~4차전을 홈 부산에서 치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고민이 크다. KT 역시 수비조직력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카드가 KT보다 많다. 포웰이 막혀도 정영삼이 풀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KT는 전태풍이 막혀버리면 조성민, 파틸로까지 연쇄적으로 봉쇄된다. 전창진 감독은 “상대가 앞선에서 끈끈하게 나오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 전자랜드의 준비된 수비
전자랜드의 외곽 스위치 디펜스는 10개구단 최고 수준이다. 어떤 상황이든 40분 내내 완벽한 로테이션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외곽슛 찬스를 아예 내주지 않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 그런데 플레이오프같은 큰 경기서는 집중력과 체력 소모가 더욱 크다. 전자랜드의 강력한 스위치 디펜스는 유 감독의 강력한 동기부여. 그리고 1차전을 내준 선수들의 강인한 의지가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유 감독의 준비가 치밀했다. 1차전 패인은 경기 초반 전태풍과 파틸로에게 대량실점한 부분이었다. 유 감독은 강력한 맨투맨과 스위치 디펜스를 주문했다. 전태풍에게 발 빠른 김지완을 붙였다. 김지완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왼쪽 돌파를 선호하는 전태풍에게 집요하게 오른쪽만을 열어줬다. 결국 전태풍은 8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영양가가 떨어졌다. 전태풍이 봉쇄되자 KT는 경기를 풀어줄 선수가 없다는 약점이 드러났다.
KT의 공격은 결국 유기적인 흐름이 끊겼다. 가운데에 볼이 투입되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공격 자체가 급해졌다. 득점 확률이 떨어진 것. 결국 조성민에게 공이 몰렸다. 유 감독은 조성민에게 장신 김상규와 이현호를 돌아가면서 붙였다. 이타적인 마인드를 지닌 선수가 많고 대인마크가 뛰어난 선수가 많은 전자랜드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체력도 안배하고 조성민에게 혼돈도 안겼다. 전자랜드는 체력전을 각오하고 이런 타이트한 수비를 3~4차전서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원래 이런 수비가 전자랜드 스타일이다. 전자랜드가 좋은 경기력을 뽐낼 땐 기본적인 수비가 잘 된다.
▲ KT의 선택은
KT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수비조직력으로 맞붙을 놓거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둘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수비조직력으로 맞불을 놓으려면 앞선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 감독은 수비력이 좋지 않은 전태풍에게 수비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송영진 김우람 김현수 이민재 등 KT 역시 수비에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선수가 많다. 이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격력이 다소 떨어지고 전자랜드의 수비를 뚫는 데 힘겨워한다는 게 또 다른 고민이다.
KT는 전태풍 대신 조성민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조성민은 패싱센스도 갖췄다. KT가 공격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조성민으로부터 공이 배급될 경우 조성민의 체력이 걸림돌이다. 그리고 조성민 역시 강력한 수비에 막혀 본인이 슛 찬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KT는 조성민 외엔 외곽에서 해결해줄 선수가 많지 않다. 결국 강력한 게임메이커가 필요하다는 고민에 빠진다. 플레이가 투박한 파틸로는 이런 역할을 맡기 쉽지 않다.
전자랜드의 경우 포웰이 막히면 돌파에 능숙한 정영삼이 경기를 풀어줄 수 있다. 차바위 김상규 정병국 등은 날카로운 3점포를 갖췄다. 포웰 혹은 정영삼에게서 파생되는 찬스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주태수와 이현호가 확실하게 골밑을 막아주니 외곽 수비수들의 골밀 체크 부담이 적다. 분업이 확실하면서도 공수에서 빈틈이 없다. KT는 이런 점이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
KT로선 3차전서 뭔가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전자랜드의 체계적이고 촘촘한 수비력을 파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전 감독은 노련하다. 플레이오프 통산 39승으로 1위를 달리는 사령탑이다. KT가 지금 믿을 구석은 전 감독의 용병술이다.
[전자랜드-KT 2차전 장면.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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