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전에 반전이다.
KT와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물론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자랜드가 근소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3차전까지 시리즈 흐름은 완벽하게 예상을 벗어났다. 반전에 반전이다. KT가 앞서가면 전자랜드가 뒤쫓는 흐름이다. KT는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승(40승)을 일궈낸 전창진 감독의 주도로 예상을 깬 반전을 이끌고 있다. 전자랜드는 상대적으로 단기전서 나타날 수 있는 몇 가지 약점을 메우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시리즈 스코어 2-1. KT의 리드. KT는 1경기만 더 이기면 정규시즌 우승팀 LG와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그동안 낮은 자세를 취했던 전 감독은 경기 후 “인천에 올라가기 싫다”고 했다. 18일 부산에서 열릴 4차전서 끝내고 싶다는 의미다. 두 팀의 4차전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일단 1~3차전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전창진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
전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감독은 확실히 플레이오프 최다승 사령탑답게 단기전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역량이 있다. 우선 1차전. 전 감독은 리카르도 포웰의 매치업 상대로 후안 파틸로를 내세웠다. 포웰의 수비약점을 간파한 의도적인 매치업이었다. 어차피 포웰과 파틸로 모두 수비력이 떨어진다. 전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파틸로의 좋은 컨디션을 읽었고, 믿음을 심어줬다.
2차전서 전자랜드만의 끈끈한 수비조직력이 살아나자 전 감독은 또 한번 움직였다. 3차전서 파틸로에게 공 운반을 지시했다. 그리고 김현중을 투입했다. 이유가 있다. 전자랜드는 앞선에서부터 강력하게 수비를 한다. 그동안 KT는 전태풍에게 모둔 공 운반을 맡겼다. 전 감독은 그러면서 승부처에서 해결사 능력도 발휘해주길 바랐다. 전태풍에게 과도한 짐이었다. 전 감독은 파틸로에게 공 운반 역할을 분담시켰다. 파틸로가 하프라인에서 드리블한다고 해도 포웰이 거기까지 따라붙진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김현중은 전태풍의 체력을 세이브해줬다. 이는 4~5차전서 KT가 활용할 카드가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하나. 전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우리가 제일 약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빅3(LG, 모비스, SK)와 우리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부터 미디어데이서는 “다들 우리와(제일 약하니까) 붙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칫 KT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말. 하지만, 전 감독은 냉정한 현실을 꿰뚫었다. 객관적 전력상 KT는 포스트시즌 참가팀 중 가장 약한 전력이다. 그런데 KT는 예상을 뒤엎고 전자랜드에 우위를 점했다. 전 감독이 선수들에겐 부담을 줄여주면서 한편으로 전자랜드를 꺾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노련한 전 감독의 여우 같은 언변이다.
▲ 조성민의 타짜본능
조성민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성민은 1차전서 14점, 3차전서 19점을 기록했다. 단순히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양가가 중요하다. 우선 1차전. 승인은 경기 초반 전태풍과 파틸로의 맹폭, 그리고 경기 막판 김우람의 깜짝 활약이었다. 하지만, 조성민은 1차전 막판 전자랜드 추격의 숨통을 끊는 결정적 3점포를 가동했다. 딱 한 방이었다. 그걸로 경기는 끝이었다. 전자랜드의 촘촘한 스위치 디펜스. 그 미세한 찰나를 뚫고 결정타를 날렸다.
3차전도 마찬가지다. 조성민은 전자랜드가 추격할만하면 3점포를 가동했다. 조성민은 6강 플레이오프서 체력 소모가 대단하다. 전태풍이 막히면 경기조율에도 나서야 하고 기본적인 수비 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결정타를 날린다. 그는 “경기 중 반드시 한 번은 내가 해줘야 할 때가 온다”라고 했다. 에이스로서의 사명감이 깃든 코멘트다. 그리고 말 그대로 실천했다. KT가 승리한 1,3차전. 득점의 순도가 남달랐다. 적장인 유 감독조차 1차전 패배 직후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넣어주는 게 에이스다”라며 조성민의 활약을 인정했다.
반면 전자랜드엔 조성민과 같은 존재가 없는 게 치명적이다. 큰 경기서 3점포 한방의 위력은 엄청나다는 걸 조성민이 몸소 증명했다. 전자랜드 역시 포웰과 정영삼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정영삼은 결정타를 날리는 에이스라기보다 팀을 전체적으로 살려주는 게임 메이커다. 포웰은 에이스다. 그러나 외곽포의 날카로운 맛은 조성민보다 떨어진다. 때문에 결정적인 임팩트가 떨어진다. 전자랜드엔 3점포를 장착한 선수가 꽤 많다. 하지만, 조성민 한명의 임팩트에 미치지 못한다. 이 위력이 단기전서 극대화됐다. 현 상황에서 KT와 전자랜드의 결정적 차이다.
▲ 얼어붙은 전자랜드
전자랜드는 1차전서 얼어붙었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노출됐다. 초반 전태풍과 파틸로의 맹공은 사실 KT로선 행운이었다. 파틸로가 6강 플레이오프서 무리한 플레이를 최대한 지양하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치는 않다. 전자랜드로선 경기 초반 평정심을 유지한 채 파틸로 봉쇄에 나섰다면 의외로 전자랜드가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사실 경기 막판 KT가 간신히 전자랜드를 따돌릴 정도로 후반 주도권은 전자랜드가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2차전으로 이어졌다.
전자랜드는 2차전서 장신 김상규, 차바위, 김지완 등이 위력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3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자랜드에 더 이상 경험 부족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또 다시 움츠러들었다. 오히려 공격에서 활기를 찾지 못했다. 유 감독은 3차전 직후 “공격에서 적극성이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KT는 조성민의 클러치 본능과 그동안 수비에만 치중했던 송영진의 의외의 3점포 등이 한 몫을 했다.
반대로 말하면 KT의 예상치 못한 전술에 전자랜드는 임기응변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파틸로의 하프라인 볼 운반과 송영진의 외곽포, 김현중의 투입 등. 유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러 선수들을 다독이고 대응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전자랜드 선수들은 2차전과 같은 기세를 더 이상 보여주지 못했다. 팀을 묶어줄 확실한 구심점인 포웰과 정영삼 등이 강한 응집력을 갖지 못했고, 젊은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머리로는 아는데 몸으로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큰 경기 경험 부족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런 점들이 결합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랜드로선 2차전과 같은 강인한 응집력과 KT의 전략에 맞설 임기응변능력을 갖춰야 한다. 단 하루동안 이런 점들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 감독 특유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KT·전자랜드 경기장면(위), 유도훈·전창진 감독(가운데), 조성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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