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치 집에 와 있는 듯하다.”
올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9개구단에 1명씩 입단한 외국인타자다. 외국인타자들이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팀 전력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한국야구 적응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적응은 단순히 외국인타자의 ‘수준’과는 다른 문제다. 메이저리그 경력 등 그동안 쌓아온 스팩과는 달리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두산 호르헤 칸투. SK 루크 스캇에 이어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타자다. 칸투는 메이저리그 8시즌동안 타율 0.271 104홈런 476타점을 기록했다. 멕시칸리그서도 최정상급 타자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야구는 처음이다. 과거 경력과는 무관하게, 한국야구 특유의 문화와 특성을 파악하고 몸으로 적응해야 한다. 때문에 성격과 스타일 등도 매우 중요하다.
▲ 마치 집에 와 있는 듯하다
홍성흔은 “칸투가 말이 참 많다. 자기 혼자 앉아서 떠들고 난리다”라고 웃었다. 실제로 칸투는 매우 활발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유머와 위트에도 능통하다는 후문.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는 한국생활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지난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한국? 마치 집에 와 있는 듯하다”라고 했다. 약간의 농담이 섞였지만, 그만큼 한국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의미.
칸투는 그날 경기서 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혀 왼쪽 어깨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정규시즌서 극심한 순위싸움을 했다면 당연히 16일 경기에도 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송일수 감독이 그의 출전 금지를 지시했다. 시범경기서 굳이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칸투는 16일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18~19일 창원 NC전서는 출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송일수 감독이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칸투는 16일 경기 이후 선수단과 함께 창원으로 넘어갔다. 칸투는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 이럴 경우 쉬는 날인 월요일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을까. 만약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창원 원정에 합류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두산은 20~21일 잠실 한화전을 치른다. 곧바로 한화전에 나설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칸투는 팀을 선택했다. 두산 관계자는 “혼자 있을 바엔 선수들과 함께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 같이 창원으로 갔다”라고 했다. 칸투가 팀에 얼마나 잘 녹고 있는지 증명되는 사례다.
▲ 지금 당장 정규시즌 들어가도 된다
칸투는 “지금 당장 정규시즌에 들어가도 된다”라고 여유를 부렸다. 그만큼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 그러나 자만은 하지 않았다. 칸투는 “팀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그걸 깨면 안 된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김동주의 전력 제외와 최준석의 이적으로 장타에 대한 욕심이 있진 않을까. 그런 욕심도 없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중심타선에서 타점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가면 타점을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송일수 감독은 “칸투가 점점 한국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잠실구장에서 많은 경기를 하는 우리는 큰 타구보다는 상황에 맞는 타격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칸투도 “한국야구는 2스트라이크에서도 유인구 혹은 변화구 승부가 많다. 거기에 당하면 안 된다. 잘 대처하겠다”라고 했다. 실제로 칸투는 2스트라이크 이후 철저하게 정교한 타격을 하고 있다. 특유의 컨택트 능력을 발휘했지만, 한국야구를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자세도 돋보인다. 지금 당장 정규시즌에 들어가도 된다는 것. 적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칸투는 “어느 리그에 가더라도 훌륭한 타자들은 많다. 한국 타자들은 확실히 갖다 맞히는 능력이 좋다. 타구를 필드 어느 지역으로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올 시즌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현재까지는 칸투의 한국야구 적응, 정규시즌 준비 모두 OK다. 어깨 통증은 경미한 수준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두산은 기동력과 정교한 타격을 겸비한 타자가 즐비하다. 칸투가 4번에서 중심을 잡아줄 경우 두산의 공격 폭발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호르헤 칸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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