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스가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감했다.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오리온스는 전력상 밀린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오리온스는 전력의 한계를 느꼈다. 가드와 빅맨의 물량이 달린 오리온스로선 김동욱, 한호빈의 부상과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도수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전 포지션에 걸쳐 강력한 전력을 갖춘 SK를 단기전서 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오리온스는 6강 플레이오프서 예상을 깨고 매 경기 선전하며 봄 농구의 박진감을 선사했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11월 20일 SK전서의 결정적 오심 사건에 이어 KT와의 4대4 트레이드 무산 위기와 시즌 막판 8연승, 그리고 악연이던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격돌까지. 오리온스는 주어진 상황에서 100% 역량을 발휘했다. 분명히 한계는 있었다. 그러나 고양 팬들은 충분히 즐거웠다.
▲ 4-4 트레이드, 결국 터닝 포인트
오리온스는 시즌 초반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최진수, 김동욱 등이 연이어 부상에 시달리며 100%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리온 윌리엄스의 몸 상태도 지난 시즌만 못했다. 오리온스서 2년차를 맞이한 전태풍도 추일승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를 100% 이행하지 못했다. 추 감독은 이현민과 한호빈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그러나 어정쩡했다. 성적은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리온스는 지난해 11월 20일 SK와의 원정경기서 결정적인 오심 피해를 봤다. 당시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터라 오리온스로선 더욱 아쉬웠다. 오리온스는 그날 이후 하향세를 그렸다. 성적은 5할 아래로 추락했다. 승부수가 필요했다. 12월 18일. 오리온스는 전태풍, 김승원, 김종범, 랜스 골번을 KT에 내주고 김도수, 장재석, 임종일, 앤서니 리처드슨을 받아오는 4-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BL 역사에 기록될 대형 트레이드였다. 김도수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9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아 트레이드 무산 해프닝을 겪기도 했으나 트레이드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오리온스는 4-4 트레이드 이후 팀 컬러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포워드 중심의 팀으로 탈바꿈한 것. 시즌 막판 허일영과 김강선마저 상무 제대 후 합류하면서 장신 포워드 군단의 힘을 과시했다. 트레이드 이후 잠시 정체기를 겪었으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1월 19일 동부전부터 2월 8일 모비스전까지 8연승 질주. 결국 6강 경쟁팀들을 따돌리고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안착한 원동력이 됐다. 추 감독이 단행한 대형 트레이드는 결국 성공이었다. KT에 비해 확실히 전력 업그레이드 폭이 컸다.
▲ 포워드 농구의 명암
김동욱, 최진수, 김도수, 장재석, 허일영, 앤서니 리처드슨. 190cm가 넘는 대형 포워드를 보유한 오리온스는 한마디로 손쉽게 농구를 했다. 가드 1명에 포워드들이 4명 출전하면 상대에 미스매치 이점을 누려 손쉽게 공격을 풀어갔다. 수비에선 발 느린 선수들의 기동력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철저한 스위치 디펜스를 실시했다. 오리온스는 트레이드 직전 공격력이 약한 게 단점이었으나 장신라인업으로 탈바꿈한 뒤 공격력이 배가됐다. 그러면서 수비 안정감도 유지했다.
LG의 폭발적인 13연승에 묻혔지만, 오리온스의 8연승은 대단했다. 모비스를 20점 차로 꺾었고, LG도 두 차례나 무릎을 꿇었다. SK와의 3차연장 대접전서 패배하면서 9연승을 접었으나, 1~2월 당시 오리온스의 상승세에 “플레이오프 최소 4강”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추 감독은 단기간에 팀 컬러를 바꾸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고양 팬들도 열광했다. 오리온스는 트레이드 이후 홈 9연승을 내달렸다. 트레이드 이후 홈 11승4패. 고양에서 맞이한 세번째 시즌. 오리온스의 재미있는 농구에 관중이 조금씩 증가했다. 8연승을 달성했던 2월 8일 모비스전서 6161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3월 9일 삼성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서 6197명의 관중이 입장해 고양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구단은 경기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들과 팬들의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고양 팬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고양 팬들은 19일 6강 플레이오프 탈락 확정 직후에도 오리온스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하며 아쉬움을 달랬고, 한편으로 박수를 보냈다.
사실 오리온스의 포워드 농구는 큰 경기서 한계를 봤다. SK가 강한 상대이기도 했지만, 포워드 농구는 다른 말로 가드진이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태풍이 빠져나가면서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이현민뿐이었다. 뒤를 받치는 한호빈, 조효현, 전형수 등 백업이 약화됐다. 6강 플레이오프서 주희정, 김선형, 변기훈이 버티는 SK 가드진에 질과 양에서 뒤졌다. 가드진의 열세가 결국 포워드진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통 센터의 부재로 제공권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리온 윌리엄스로는 코트니 심스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포워드 농구는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가드진의 약세와 확실한 정통센터 부재는 단기전서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서 1승3패로 무너졌다.
오리온스는 비 시즌 전력 재정비에 돌입한다. 일단 최진수, 조효현 등이 군입대한다. 특유의 포워드 농구 강점을 이어가야 하고 가드와 높이 보강이 절실하다. 결국 좀 더 강력한 조직력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 시즌이 계약 마지막 시즌인 추일승 감독도 “1명이 아닌 5명이 하는 농구를 지향하겠다”라고 했다. 두 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서 시즌을 마친 오리온스. 시즌 중 과감한 개혁과 성적과 팬심을 잡는 화끈한 농구는 프로농구판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두 시즌 연속 같은 결과였으나 올 시즌 고양 팬들은 충분히 즐거웠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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