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김민성의 스타★필(feel)]
하지원의 남자는 최고였거나 최고가 됐다. ‘시크릿가든’의 현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과 소지섭, ‘더킹투하츠’의 이승기, ‘황진이’의 장근석까지 하지원의 파트너들은 그녀와 동반 상승하며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 중인 지창욱도 그렇다.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은 지창욱은 문무(文武)를 갖춘 고려 출신 공녀 기승냥(하지원)이 도움으로 유약한 왕세자에서 어엿한 황제로 단단해지는 중이다. 극 초반 액션 여전사이자 9살 연상의 하지원에 가려졌던 지창욱이란 배우 또한 극 중반을 넘기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짙은 쌍꺼풀, 시원한 입매와 두툼한 입술, 날렵한 턱선을 지닌 지창욱은 상남자보다는 미소년에 가까운 외모이다. 순하고 여린 외모로 맡은 역할도 시작은 미약하나 고난을 이겨내 성공하는 자수성가형 주인공이 많았다. 시청률 40%를 넘어선 국민 일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속 동해가 그랬고, 청년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총각네 야채가게’ 속 한태양이 그러했다.
이번 드라마 또한 그러하다. 미천한 고려 공녀에서 대원제국의 여제로 군림한 실제 인물인 기황후를 모티브로 했지만, 그녀의 남편이자 황제인 타환 또한 어리바리함을 벗고 결국에는 황제의 위엄과 권위를 갖추게 되는 인물이다. 비록 출생은 고귀하나 왕권 싸움으로 유배되어 갖은 고초를 겪게 되는 극 초반 연기는 모성애를 자극할 만큼 애처로웠다. 별것 아닌 것에 애걸복걸하고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승냥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절명(絶命)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인해 남자로서 또한 왕으로서 카리스마를 갖추기 시작한다. 타환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나약한 외관이지만, 자신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 본심을 숨기고 있고, 연모하는 여인에게는 순수하고 저돌적이기까지 하다. 상황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므로 지창욱은 감정선은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평강 공주의 어진 내조로 늠름한 장군이 된 온달처럼 기승냥의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진짜 남자로 거듭났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남다른 눈빛 연기다. 애처롭거나 겁에 질린 눈빛에서 서늘하거나 독기어린 눈빛까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정통의 사극 톤에서 벗어난 청아한 목소리와 탁월한 발성도 매우 좋다. 뮤지컬 ‘쓰릴미’, ‘잭더리퍼’, ‘그날들’ 등에 출연했으며 ‘그날들’로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탔을 만큼 촘촘히 쌓여준 무대 연기 내공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창욱은 현재 조선판 투캅스 영화 ‘두 포졸(감독 강우석)’에 캐스팅된 상태다. 연기 고수이자 선배 포졸 설경구와 합을 맞출 그의 코믹 사극 연기도 한껏 기대된다. ‘기황후’에서 보여줬던 깨알 같은 허당 매력을 이 영화에서도 폭발시키길 기대해본다.
‘기황후’에서 아버지의 원수이자 최대 숙적인 연철(전국환)을 마침내 물리치고 진정한 황제로 등극한 타환. 주인공들의 성장과 함께 흥미를 더해가는 ‘기황후’에서 지창욱이 더욱더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지창욱. 사진 = MBC 제공]
최지예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