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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인나를 깍쟁이로 오인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날씬한데다 목소리까지 좋은데 성격까지 좋으면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최근 홍대에서 인터뷰차 만난 배우 유인나는 부인할 수 없게 성격마저 좋은 사람이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유세미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세미는 바보 같고 어리석은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자기의 선택인데 사랑의 기술, 우정의 기술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딱한 성격이기도 해서 누군가 옆에서 잘 이끌어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충분히 또 변해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을 것 같아요. 세미 엄마가 옆에서 자극하지 않고 '세미야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조연이면 어때? 행복하지 않아?'라고 얘기해줬으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별그대' 속 세미는 질투심에 가득 찬 인물이었다. 천송이(전지현)만 바라보는 이휘경(박해진)을 짝사랑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했지만 주연의 자리에 올라서자마자 천송이를 깔아뭉개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악역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인나는 그런 유세미를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은 터라 끝나고 나서 행복하고 감사한 기분이 들었지만 캐릭터 자체가 즐겁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끝나고 나니 시원한 기분도 들 정도였다.
"너무 힘들었어요. 짝사랑도 힘든데 그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또 그 여자가 내 친구고, 그런데 그 친구는 저랑 같은 일을 하고 있고. 힘든 일은 모두 세미에게 안겨져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어디 하나 숨 쉴 구멍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먼저 짝사랑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세미의 짝사랑을 너무 진하게 했어요. 혼자 사랑하고 바라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유인나의 사랑 방식은 세미와 다르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우같은 면도 있을 테고 못난 면도 있겠지만 생각하는 방식만큼은 세미와 딴판이다. 세미처럼 15년간 다른 사람을 짝사랑하며 힘들어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행복에 집중하는 편이다. 남에게 행복을 주고 스스로도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바로 유인나의 모토다.
"톱스타가 되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될 것들도 많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전 제가 감당해야하는 것들을 하고 살기에도 바쁘거든요. 주변에서 저한테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테고 그런 부분에서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이 딱 적당한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그릇이 커지면 그만큼 조금씩 키우고 천천히 보강해가고 싶어요."
그렇다면 유인나가 감당해야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유인나는 현재 DJ로 활동 중인 KBS 라디오 쿨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를 꼽았다. 달콤한 목소리 때문에 '꿀디(꿀DJ)'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인나는 그 사랑만큼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갖고 있었다.
"DJ를 하다보니까 매일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요. 다른 연예인들보다는 더 많은 소통의 장이 저한테는 있는 셈이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데 그 에너지는 말로 전달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유인나는 최근에 '좋은 사람이 돼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신나고 즐겁게 살았다면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DJ를 하면서 힘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DJ를 하는 이유는 뭘까.
"전 위로를 해주지만 정작 제가 위로를 받을 때가 더 많아요. 한참 고민 상담을 해주고 나면 제가 얻는 것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기분이거든요. 그러면 정말 기운이 나요. 결국에는 제가 얻는 게 더 많은 거죠."
유인나는 라디오를 넘어 이제 방송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힐링을 안겨주고 있다. 바로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겟잇뷰티'의 새 MC를 맡아 여성들의 뷰티 멘토로 나서는 것. 2회까지 녹화를 마친 그는 "에너지 넘치고 생기 있고 알록달록해서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첫 회때는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아이유가 나와줘서 편안하게 즐겁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회에서는 '베러걸스'분들이 나왔는데 다들 너무 예쁘더라고요. 화장품을 좋아하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쫙 앉아있는 걸 보니까 되게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어요. 다 저보다 동생인 것 같았는데 화장품을 보면서 얼굴에 발라보고 이런 게 되게 예쁘더라고요. 어떻게 뭘 해주고 싶어서 같이 간식도 사서 먹고 그랬어요. 저한테 지금 굉장히 필요했던 알록달록함이었던 것 같아요."
유인나는 10년 후 본인의 모습에 대해 "지금이랑 비슷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J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가족 같고 좋거든요. (청취자들이랑) 같이 늙어가는 중이니까 더 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웃음)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유인나.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였다. 그와 만났던 짧은 시간동안 기자도 유인나로부터 위안을 받은 느낌이었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는 유인나가 진짜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멋진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
[배우 유인나. 사진 = 퍼스트룩 제공]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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