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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결국 두 가지 부족함에 발목이 잡혔다.
전자랜드가 두 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했다. 전자랜드는 20일 인천에서 열린 KT와의 5차전서 패배했다. 애당초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전자랜드의 아킬레스건은 결국 단기전서 노출됐다. KT는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해가면서 6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구조적, 경험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전자랜드의 경험 부족은 일찌감치 따라다니던 꼬리표였다. 전자랜드의 주장은 리카르도 포웰이다. 전자랜드의 에이스다. 그는 KBL에서 오래 생활하며 전자랜드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라는 한계점은 분명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 강력한 게임 메이커가 필요했다. 수치를 떠나서 승부처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닌 선수가 필요했다.
이현호가 있다. 그는 전문수비수다. 매우 터프하다.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게임 전체를 지배할 정도의 임팩트를 지닌 건 아니었다. 전자랜드 중심선수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는 역시 정영삼, 정병국 정도다. 그러나 이들도 타 팀에선 중간급이었다. 전자랜드는 결국 큰 경기의 압박감과 경험의 부족을 십시일반의 힘으로 메워야 할 상황이었다.
5차전. 전자랜드는 초반부터 어이없는 턴오버가 많았다. 로드와 포웰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채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나온 것이 있었다. 그런 것이 쌓여 흐름이 넘어갔다. 전자랜드는 3쿼터 초반 추격흐름을 탔으나 이후 결국 평정심을 잃었다. 특히 주장 포웰이 흥분했다. 팀 중심이 완전히 흔들렸다. 절체절명의 승부처를 대담하게 극복하는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KT는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조성민, 베테랑 송영진 등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았다.
전자랜드가 승리했던 2,4차전은 결국 조성민의 수비가 잘 된 게 컸다. 유도훈 감독은 “상대가 크게 다르게 나온 것이 없었다. 우리가 약속된 수비 움직임을 가져갔을 땐 이겼고, 아닐 땐 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집중력이 파도를 쳤다는 의미. 이 역시 경험 많은 선수의 부재가 뼈 아픈 대목이다. 이현호 같은 선수가 1명 더 있었다면.
또 하나. KT 조성민은 이번 6강 플레이오프서 자타공인 국가대표 타짜로 업그레이드 됐다. 전자랜드의 조성민 수비는 그 강도와 뻑뻑함이 역대급이다. 함누리, 김상규, 차바위가 돌아가면서 집요하게 조성민을 괴롭힌다. 아예 공을 잡지 못하는 디나이 수비를 펼친다. 스위치디펜스, 함정수비는 기본이다.
그러나 조성민은 1차전과 3차전서 이를 극복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엄청나게 영양가 높은 외곽포를 꽂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승부가 갈렸다. 이건 단순히 전자랜드 수비의 문제에 국한하기 보다는, 전자랜드엔 조성민 같은 타짜가 없고, KT는 조성민이란 타짜를 보유한 차이라고 봐야 한다. 전자랜드 포웰과 정영삼은 결국 조성민보다 승부처에서의 임팩트가 떨어졌다.
전자랜드는 결국 경험과 타짜의 부족으로 6강 플레이오프를 내줬다. 어쩌면 지난해까지 팀을 지켰던 문태종과 강혁의 공백이 새삼 느껴진 단기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다. 앞으로 꾸준히 경험을 쌓고 타짜를 배출하면 된다. 유도훈 감독은 KBL에서 수완있고 능력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전자랜드가 비록 6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했지만, 선수구성으로 볼 땐 여기까지 온 것도 박수 받을 일이다. 단지, 단기전을 이길 준비가 된 KT가 전자랜드보다 강했을 뿐이다.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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