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다들 우리랑 붙고 싶어할 겁니다.”
KT 전창진 감독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서 이렇게 말했다. KT가 6강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6팀 중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다. 전 감독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는 정규시즌서도 틈만 나면 “우리와 빅3(LG, 모비스, SK)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전력 차가 크다”라고 수 차례 밝혔다. 실제로 KT는 정규시즌 막판 상승세를 탔음에도 같은 중위권인 오리온스, 전자랜드보다 저평가됐다. 물론 조성민 정도를 제외하곤 멤버 구성 자체가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전 감독은 20일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나는 선수 빨 감독”이라며 웃었다. 좋은 선수를 데리고 농구하지 못하면 성적을 잘 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감독이 바로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승 감독(40승)이다. 전 감독이 단기전서 KT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만들었다.
전 감독의 KT가 4강 플레이오프로 간다. 초박빙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실 전자랜드의 미세한 우세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승자는 KT였다. KT의 철저한 준비가 돋보인 시리즈였다. ‘여우’ 전 감독이 자신들과 상대를 완벽하게 해부하지 않고선 이런 결과는 나올 수 없었다. 확실히 전 감독은 단기전서 노련했다.
1차전서 후안 파틸로를 초반부터 리카르도 포웰과 매치업시킨 것. 3차전서 김현중을 투입해 전태풍의 부담을 줄여준 것. 김우람과 송영진 등에게도 공격 옵션을 부여해 득점에 가담하게 한 것. 전 감독은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상 영진이는 거의 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다.
전 감독은 5차전서는 아예 전태풍을 빼고 조성민에게 공 흐름이 집중되게 했다. 4차전서 공 한번 제대로 못 만지고 물러난 조성민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전 감독 고도의 용병술이었다. 또한, 그동안 파틸로에게 밀렸던 아이라 클락을 활용해 골밑 공략을 맡겼다. 물론 테크니션 전태풍과 타짜 조성민의 강점은 단기전서 극대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전 감독이 만들어줬다. 전 감독 말마따나 “하늘과 땅 차이”인 팀을 단기전 경쟁력을 극대화시킨 건 결국 전 감독의 용병술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서 좀 더 강한 상대인 LG를 만난다. 사실 전자랜드보다는 많이 강하다. 이번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다. 가용인력을 최대한 늘리는 구상부터,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리더십, LG의 빈틈을 노리는 구상까지. 전 감독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 결국 KT 전력의 요체가 조성민, 전태풍만큼이나 전 감독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드러났다. 전 감독의 노련함. 6강을 넘어 4강에 이르렀다. 그동안 농구판에서 KT를 너무 쉽게 봤다. 단기전서 경쟁력을 극대화한 KT가 객관적 전망을 무자비하게 깨트렸다. 전 감독의 작품이다.
[전창진 감독.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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