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올해는 끝까지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싶다."
고속 성장 중인 한화 이글스의 2년차 좌완투수 송창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직후 전한 목표다. 허언이 아니었다. 풀타임 선발 준비를 순조롭게 마쳤다. 결과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한 투구를 선보였다.
송창현은 20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피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두산 고영민에 내준 홈런 한 방과 야수 실책을 제외하면 매우 깔끔한 투구였다. 피안타율도 1할 2푼 5리에 불과했다. 팀이 2-5로 패해 패전의 멍에를 쓰기는 했으나 내용은 나무랄 데 없었다. 특히 최고 구속 143km 직구 49개 중 3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송창현은 지난 8일 SK전(3이닝 1실점)을 시작으로 이닝도 서서히 늘렸다. 15일 LG전(4⅓이닝 1실점)에 이어 전날 두산전서 5이닝을 채웠다. 연이은 호투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안정감도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시범경기 선발로 나선 한화 투수 가운데 투구 내용은 단연 으뜸. 지난해 11월 제주도 마무리캠프 당시 "송창현이 아주 좋아졌다. 내년이 재미있을 것이다"는 김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프로 입단 첫해, 송창현의 출발은 무척 좋지 않았다. 롯데 지명 직후 장성호와 맞트레이드된 그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의문점만 남겼다. 프로 첫 실전 무대인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1⅓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고, 폭투를 연발했다. 퓨처스리그 9경기에서도 1승 4패 평균자책점 7.39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기록만 보면 1군에서 통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5월 18일 두산전 선발로 프로 첫 1군 마운드를 밟은 그는 4이닝 3피안타 6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문제는 들쭉날쭉한 제구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그를 2군으로 내리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줬다. 결국 데뷔 첫 5이닝을 소화한 지난해 8월 3일 NC전서 첫 선발승을 따내며 기대에 보답했다. 터닝포인트였다. 후반기 14경기 평균자책점은 3.04였다. 전반기 16경기 5.13과 견줘 2점 이상 끌어내렸다.
노력의 결과였다. 완전히 자신감을 찾았다. 지난해 30경기 등판 성적은 2승 8패 평균자책점 3.70(82⅔이닝 34자책).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8패를 떠안았지만 당장 승리보다는 점점 좋아지는 투구 내용에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 시즌 당당히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 감독은 "외국인투수 앤드류 앨버스와 케일럽 클레이, 송창현, 유창식을 선발로 확정했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고민 중이다"고 이미 올 시즌 선발진 구상을 밝힌 상황.
가장 고무적인 건 시범경기에서 12⅓이닝 동안 4개에 불과한 볼넷이다. 지난해에는 사사구(52개)가 탈삼진(47개)보다 많았던 송창현이다. 제구 불안은 전반기 내내 그의 고질병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열린 2차례 연습경기에서도 5이닝 동안 볼넷 2개만 내주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시범경기에서도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며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시범경기는 승패보다는 컨디션 조절이나 실전 감각 배양이 목적이다. 이제 3경기 남았다. 송창현의 시범경기 일정도 마무리된 셈이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풀타임 선발 준비를 모두 마친 송창현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까지 보여줬기에 더 희망적이다. 김 감독도 20일 경기 후 "송창현이 잘 던졌다. 비록 홈런을 맞긴 했지만 선발로서 준비를 잘해 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비시즌 훈련에 임했다"는 송창현의 2014시즌, 한 번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한화 이글스 송창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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