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언더독들의 필승전략은.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대진이 확정됐다. 22일부터 정규시즌 우승팀 LG와 KT가 창원에서, 23일부터 정규시즌 준우승팀 모비스와 SK가 울산에서 각각 5전3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을 가린다.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시스템상 4강 플레이오프서는 체력 변수가 도드라진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와 모비스가 유리한 조건이다. 때문에 언더독인 SK와 KT로선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면서 또 다른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SK 문경은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은 나름대로 복안이 있는 듯하다. 문 감독은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전부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전 감독도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시원스럽게 속내를 밝히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LG에 대비한 밑그림이 있는 듯했다.
▲ SK, 심스 옵션 고집한 이유
SK는 6강 플레이오프서 유독 코트니 심스를 고집했다. 사실 승부처서 애런 헤인즈를 집중적으로 기용했어도 오리온스를 상대로 승산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문경은 감독이 심스 옵션을 정규시즌 막판부터 밀어붙인 건 결국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 감독은 “작년 4연패를 되갚고 싶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모비스와의 복수전을 기다려왔다.
SK는 올 시즌 모비스에 4승2패로 우세했다. SK의 올 시즌 전력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 헤인즈 의존도를 낮췄다. 변기훈, 심스의 공격력과 박승리를 활용한 수비전술 등 상대에 대응할 카드가 늘어났다. 반면 모비스는 양동근, 문태영이 1살을 더 먹으면서 체력문제가 대두했다. 수비력에 미세한 균열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로드 벤슨의 플레이 효율성도 떨어졌다.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기를 그르친 적도 많았다.
SK는 모비스의 이런 미세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4승을 따냈다. 하지만, 5~6라운드서는 패배했다. 확실히 시즌 막판 모비스의 응집력은 좋았다. LG와 막판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다퉜던 팀은 SK가 아니라 모비스였다. 당연히 SK로선 단기전서 모비스를 누를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심스다. SK는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심스 활용도를 극대화해 헤인즈의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높이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과제도 있다. 심스를 투입할 때 2-3 지역방어를 사용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문 감독은 심스를 활용한 지역방어를 준비했으나 오리온스에도 통하지 않았다. 심스의 지역방어 이해도가 떨어지고 발이 느리기 때문. 더구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런 전술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사령탑이다. 빈틈 많은 전술은 쓰지 않는 게 낫다. 심스를 활용한 맨투맨 수비 역시 재점검해야 한다. 모비스는 시즌 막판 송창용의 가세로 외곽포 약점을 보완했다.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지자 오히려 다른 백업 가드들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이 살아났다. SK가 심스 옵션을 활용할 것이라면 좀 더 세심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 감독은 “변칙 수비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 KT, 상대의 경험부족에 대응하는 자세
KT의 6강 플레이오프 승인은 전창진 감독의 노련미다. 전 감독은 매 경기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문태종의 이적과 강혁의 은퇴로 젊은 팀이 된 전자랜드는 확실히 임기응변능력이 부족했다. KT는 전자랜드의 약한 고리를 철저하게 공략했다. 그런데 KT가 4강 플레이오프서 만날 LG 역시 정규시즌 우승팀이지만 큰 경기 경험 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결국 전 감독이 KT 전력을 극대화하면서 LG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전 감독은 “상위권 팀들 중 LG를 만나면 그나마 경기를 쉽게 풀었다”라고 했다. 이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겠다”라고 했다. 알쏭달쏭한 코멘트. 그러나 LG가 전자랜드와는 다르다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LG 역시 김시래를 비롯해 김종규, 유병훈, 조상열, 박래훈 등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만,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이 있다. 문태종은 경기 흐름을 읽으면서 지능적으로 움직인다. 제퍼슨의 승부처 게임 지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 사람만으로도 LG 경험 부족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KT로선 노련미를 갖춘 문태종과 제퍼슨을 어떻게 수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두 사람을 잡으면 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공략할 발판이 마련된다. KT는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서 전자랜드보다 더 끈끈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문태종의 체력을 갉아먹는 찰거머리 수비가 나올 경우 한번쯤은 흐름을 갖고 올 수도 있다. 정규시즌서 아무도 막지 못했던 제퍼슨에 대한 정교한 수비전술도 필요하다. 전 감독이 그걸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그런데 KT는 SK보다 체력부담이 더욱 심하다. 6강 플레이오프서 1경기를 더 많이 치렀고, 하루 쉬고 곧바로 4강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오히려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폭은 LG가 더 넓은 느낌이다. KT의 6강 플레이오프 5경기를 모두 분석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많이 뛰는 농구, 특히 활동량 많은 수비력이 언제까지 뒷받침될지 관건이다.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기 전에 KT 내부적인 전력을 잘 다듬는 것도 중요하다.
[SK 선수들(위) KT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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