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보다 기회가 많을 듯 한데요.”
두산 오재일의 이력을 살펴보자. 2005년 현대에 입단했다. 군 복무를 마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생활을 시작했다. 순탄치 않았다. 43경기-39경기-46경기-87경기-55경기. 그는 아직 풀타임 1군경험을 쌓지 못했다. 100경기 이상 1군에서 뛰어본 시즌도 없다. 넥센 시절 그는 항상 경쟁자들보다 2% 부족했다.
오재일은 매력적인 좌타 거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서 오승환(한신)을 상대로 연장전서 결승포를 쏘아올렸다. 그 홈런은 당분간 오승환의 국내 마지막 피홈런으로 남을 전망이다. 2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오재일은 “손 맛 좋았다”라면서도 “승환이 형이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송일수 감독과 두산도 그 홈런 한방을 기억하고 있다. 오재일은 두산에 반드시 필요한 스페셜리스트다.
▲ 칸투 3루옵션? 오재일에게 주어진 기회
오재일의 1루는 강타자들이 항상 바글바글하다. 더구나 올해부터 외국인타자들이 의무적으로 뛴다. 오재일로선 치명타다. 올 시즌 두산 주전 1루수는 호르헤 칸투다. 최준석이 롯데로 떠났지만, 오재일은 올해도 두산의 확고부동한 주전은 아니다. 두산 내야진이 너무나도 탄탄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1루를 점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재일에 대한 송 감독의 평가가 좋다. 오재일은 시범경기서 17타수 4안타 타율 0.235 1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송 감독은 “오재일은 좋은 스윙을 갖고 있다. 타구 비거리도 길다. 무서운 타자”라고 평가했다. 송 감독은 올 시즌 오재일을 어떻게든 써먹을 요량이다. 그는 두산에 귀한 좌타거포다. 통산 홈런이 13개지만, 일발장타력이 있다.
송 감독은 “칸투를 3루수로 테스트할 생각도 있다”라고 했다. 왼쪽 어깨에 경미한 통증을 입어 최근 결장 중인 칸투는 22일 인천 SK전서 복귀할 예정. 원래 칸투는 메이저리그와 멕시칸리그서 3루수로도 많이 뛰었다고 한다. 칸투가 때로는 3루로 돌면 주전 2루수 오재원이 1루를 보면서 2루에 고영민, 허경민 등을 기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타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오재일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할 수도 있다. 칸투가 3루로 투입되는 날이 늘어난다면, 그건 곧 오재일에겐 기회의 문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 작년보다 낫다
오재일은 대뜸 “작년보다 낫다. 기회를 더 많이 받을 듯하다”라고 했다. 오재일은 2012년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플레툰시스템을 적용받아 오른손 투수일 때만 간혹 선발로 나섰다. 주로 왼손 대타요원으로 뛰었다. 그는 “지난해엔 (최)준석이 형(롯데)도 있었고, (윤)석민(넥센)이도 있었다. 올해는 두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실제로 두산은 한방을 쳐줄 거포가 줄어들었다. 2군에서 훈련 중인 김동주가 있지만, 일단 송 감독 시야에는 오재일이 우선적이다.
오재일은 “칸투? 솔직히 너무 벅찬 상대”라고 웃었다. 그러나 오재일은 “작년에는 아예 주전으로 자리잡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잘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칸투 3루 옵션을 기대한 것. 그는 “항상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끔 선발로 들어가도 낯설지 않다”라고 했다.
▲ 타격폼 수정 실패, 작년 폼 고수
오재일은 “타격폼을 바꾸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올해도 작년 폼으로 치려고 한다”라고 했다. 오재일의 타격폼 수정을 진두지휘한 지도자는 황병일 2군 감독이다. 황 감독은 1군 수석이었던 지난해 시즌 종료 이후 오재일의 타격폼을 바꾸려고 했다. 오재일은 “바깥쪽을 공략해서 홈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라고 했다.
현재 오재일의 타격폼은 스트라이드가 크지 않다. 이 부분에서 변화를 줘서 좀 더 강한 타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오재일의 타격폼 수정은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다. 오재일은 “올 시즌에도 내 폼대로 할 생각이다. 의식적으로 바깥쪽 코스를 강하게 때리는 훈련은 지난해부터 했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시범경기서도 좌중간 안타를 잘 만들어냈다.
오재일은 “원래 왼손투수의 볼을 잘 쳤다. 오히려 사이드암 볼을 잘 못 쳤다”라고 웃었다. 이어 “두산에서 왼손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재일은 왼손투수의 바깥쪽 코스 공략이 올 시즌 개인성적의 키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야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예전의 타격폼을 고수한다. 오재일은 올 시즌에도 입지가 불안하지만, 미세한 틈을 노려 주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재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