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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서 계속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나는 입이 짧은 편이다"
본격적으로 '먹방(먹는 방송)'을 드라마에 접목시킨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박준화 감독의 말이다. 심야 시간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했던 드라마 감독이 "입이 짧다"니. 갑자기 배신감이 들었다. 결국 '식샤' 박준화 감독을 만나 식사를 했다. 실제로 만난 박준화 감독은 진짜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는, "입이 짧은" 미식가였다.
"내가 워낙 입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내가 하는 게 맞나'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러다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다 보니 내가 하는 게 맞더라. 웬만큼 맛있어 보이지 않으면 내가 OK를 안 하니까. (하하) 그래서 '먹방'은 특히 더 신경 써서 편집했다. 입이 짧은 내가 봐도 맛있어 보여야 하니까."
'식샤를 합시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음식이다. 맛없으면 손도 대지 않는다는 박준화 감독이 '개인적으로' 꼽은 맛집은 어디일까?
"첫 번째는 간장게장집.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하) 오랫동안 전통을 갖고 있는 가게였다. 간장게장이 비리지도 않고, 안에 살도 꽉 차 있고 여러 밑반찬도 내 입맛에 맞더라. 간장개장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음식이 비빔국수와 장어구이였다. 비빔국수는 먹어봐야 한다. 정말 맛있었다. 장어는 일반적인 장어보다 살이 통통하고 가격도 싸서 멀리서도 먹기 위해 오시더라."
너도 나도 맛있게 먹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진짜 맛있어서 먹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식샤' 속 맛집은 진짜 맛집인가"라고 물으니 박준화 감독은 "당연히"라며 자신감 있게 답했다.
"내부에서 메뉴를 정하면 일대 맛집을 전문적으로 섭외하시는 분 통해서 섭외를 한다. 강하게 이야기하는 게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정말 맛집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맛집이 촬영하기 협소하더라도 무조건 맛집 위주로 장소를 선택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 음식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웬만한 '먹방'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없다. 그래서 배우들은 '식샤' 촬영 전에는 늘 '금식'에 들어갔다.
"배우들이 많이 굶고 촬영을 온다. 초반에는 배우나 나나 스킬이 부족해 밥을 먹고, 또 먹었다. 그러다 중반 이후에는 요령이 생기니까 배우들에게 그냥 편하게 먹으라고 한다. 그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맛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더 맛있게 먹기도 하고. 이제는 밥 한 공기 정도만 먹어도 맛있는 그림이 나온다. "
진짜 맛집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촬영할 듯 하지만 실상 촬영장은 다르다. 맛있는 음식 표현을 위해 뜨거운 음식을 데우고 또 데우길 반복하는 것은 기본이요, 워낙 유명한 맛집이니 괜한 홍보할 필요 없다며 제작진을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촬영 빨리하기로 유명한 박준화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은 늘 '먹방'이었다.
"'먹방' 찍는 게 정말 힘들다. 음식 찍는 것만 없어도 살겠더라. 음식 하나하나 찍는 게 인물 하나하나 찍는 것보다 힘들다. 음식 만드는 과정에 먹는 모습 찍고, 인물간의 관계까지 드러내야 하니 시간이 두, 세배로 늘어난다."
"정보가 없다 보니 경험하고 고쳐나가길 반복했다. 특히 음식은 공들여 찍지 않으면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가장 힘든 것은 '김'. 웬만큼 뜨거워서는 김이 나질 않고, 정말 계속 뜨거워야 김이 난다. 그러다 보니 음식 하나를 찍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음식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니 가장 편한 음식이 간장게장이었다. 하하."
사실 박준화 감독은 국내 최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를 7년간 연출했던 감독이다. 똑같은 캐릭터와 비슷한 갈등을 '맛깔나게' 그려내던 그는 새로 기획한 '식샤'를 통해 오랜만에 열정을 느꼈다. 그의 연출인생에 '식샤'는 어떤 의미가 될까?
"'식샤'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됐다. 다시 한 번 열정적으로 하게 된 드라마기도 하고. '막돼먹은 영애씨'로 7년을 하면서 정말 좋기도 했지만 새로움이 없어지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는 4개월 동안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매번 촬영이 끝나면 후반작업을 했다. 그래도 힘들지가 않았다. 현장에 가기 싫었던 적도 없고. 배우나 스태프가 다 착하고 재밌어서 사적인 대화도 많이 나누고 진짜 가족처럼 지냈다. 또 이런 드라마와 배우를 만날까 싶다. 진짜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드라마다."
['식샤를 합시다' 스틸사진. 사진 = CJ E&M 제공]
이수경·윤두준의 캐스팅 비화는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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