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체력이 뚝 떨어졌다. 너무 무기력했다.
전반전까지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점수 차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결국 싱거운 마무리. 우리은행이 신한은행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을 여유있게 잡아냈다. 시리즈 스코어 1-0. 단순히 단기전 첫 판을 잡아냈다는 상징성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은행은 정규시즌의 우리은행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신한은행은 20일과 22일 안산과 청주에서 KB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그리고 다시 이틀 휴식 후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렀다. 플레이오프에 비해 챔피언결정전서의 경기력이 너무나도 떨어졌다. 임달식 감독은 “선수들의 발이 움직이질 않았다”라고 했다. 이해는 된다. 단기전은 정규시즌의 2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매 순간, 매 상황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긴장감과 집중력이 높기 때문이다. 6일간 3경기. 확실히 신한은행으로선 타이트한 스케줄이었다.
▲ 왜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을까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흥미롭게 바라본 사람이 많았다.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 경기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드진의 신장이 작은 신한은행은 완벽에 가까운 스위치 디펜스를 선보이며 KB의 외곽을 봉쇄했다. KB의 지역방어를 완벽한 패스워크와 기민한 움직임으로 공략했다. 전체적인 경기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신한은행이 KB와의 플레이오프서 보여준 모습을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서 보여줄 경우 승부는 알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조차 “신한은행이 무섭더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딴 판이었다.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력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리바운드 집중력에서 어머어마한 차이가 났다. 임영희는 “신한은행 선수들의 체력이 후반전서 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했다. 위 감독과 임달식 감독 역시 같은 견해. 특히 임 감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체력이 달릴 줄은 몰랐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있다. 우리은행은 6개구단 중 가장 많이 뛰는 팀이다. 공수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때문에 임 감독은 우리은행과 상대할 때 상대적으로 스피드에 신경을 쓴 멤버 조합을 선보인다. 가용인력이 우리은행보다 많지만, 사실 스피드에 방점을 두면 가용폭은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매치업상 하은주와 조은주 등의 활용도는 높을 수 없다. 때문에 체력 방전이 급격히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점과 플레이오프서의 피로도가 겹칠 경우 경기력이 둔화될 수 있다.
▲ 대위기 극복방법은
신한은행으로선 대위기다. 1차전부터 체력 열세를 드러내며 완패했다. 더구나 2차전은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26일에 열린다. 임 감독은 “3시, 5시, 7시. 이런 식으로 경기 시간이 자주 바뀌는 것도 선수들의 경기 리듬에 좋을 게 없다”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WKBL은 “좀 더 박진감 있게 스케줄을 짜봤다”라고 했다. 이날 2차전이 진행되면 단 하루 휴식 이후 28일과 29일 안산에서 3~4차전이 진행된다. 챔피언결정전만 5일간 4경기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미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신한은행으로선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스케줄이다.
일단 2차전이 관건이다. 1차전서 우리은행이 보여준 모습은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전술 활용의 세밀한 위치조정 및 타이밍은 달랐지만, 기본적인 줄기는 같았다. 신한은행으로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쉐키나 스트릭렌과 엘레나 비어드, 김단비 등의 공격력이 극대화되기 위해선 결국 최윤아, 김규희의 가드진부터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터프한 수비를 즐기는 우리은행 박혜진과 이승아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임 감독은 “우린 쫓아가는 입장이다. 예전처럼 멤버가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밀어주겠다. 우리가 쉽게 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임 감독은 KB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단 하루, 1시간 30분가량만 챔피언결정전 준비를 했다고 한다. 체력을 세이브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1차전 뚜껑이 열리자 임 감독의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 천하의 임 감독이라고 해도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은행이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임달식 감독(위), 신한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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