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늘 만날 겁니다.”
임창용이 시카고 컵스에서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은 건 지난 23일(한국시각)이었다. 이상하게도 미국 현지의 반응이 잠잠했다. 24일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25일 임창용이 방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MLB.com에서 시카고 컵스를 담당하는 캐리 머스켓 기자는 트위터에 “컵스가 임창용을 삼성에 팔았다”라고 했다. 정황상 삼성에 이적료를 받고 넘겼다는 뉘앙스가 강한 표현이다.
삼성이 실제로 컵스에 이적료를 줬는지, 줬다면 얼마를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삼성이 그만큼 임창용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점이다. 임창용이 삼성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시즌이 2007년이었다. FA 2년 계약이 끝난 상황. 국내야구 규정상 FA 계약 이후 4년을 뛰어야 다시 FA 자격이 주어진다. 때문에 임창용으로선 삼성을 떠날 수 없었다.
삼성은 당시 임창용을 쿨하게 보내줬다. 2005년 팔꿈치 수술 이후 워낙 부진했기에 미련 없이 일본 도전을 허락해줬다고 보는 게 맞다. 한편으로는 삼성도 계속 임창용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야쿠르트에서 2012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인해 퇴단하던 당시 삼성 유턴설이 나돌기도 했는데, 삼성은 임창용의 의사를 존중해줬다.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응원했다.
그러나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신통치 않았다. 스플릿계약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의 거대한 장벽을 뚫는 게 쉽지 않았다. 2013년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으나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40, 올 시범경기서도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지난 겨울 컵스의 로스터 정리 과정에서 임창용이 잠시 방출됐을 때도 삼성 유턴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삼성은 또 기다려줬다.
야구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임창용 측, 컵스와 꾸준히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임창용의 도전을 지지하되, 한국에 돌아오면 삼성 선수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결국 임창용도 마이너리그서 기약 없는 고생길에 오를 바에는 친정팀 삼성의 따뜻한 품이 낫겠다 싶어 7년만에 복귀 결정을 내렸다.
임창용은 25일 밤 짐을 싸서 국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26일 곧바로 경산볼파크에서 입단 계약을 진행했다. 1년 5억원 계약을 맺었다. 일사천리였다. 삼성이 얼마나 임창용을 원했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은 임창용에게 팀 마운드 구심점에 걸맞는 대우를 해줬다. 계약을 질질 끌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한 건, 개막전이 코앞이라 1군 엔트리에 곧바로 넣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만큼 삼성이 그동안 임창용이 간절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옳은 듯하다.
임창용이 우여곡절 끝에 7년만에 삼성으로 돌아왔다. 이젠 임창용이 지난 7년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과 삼성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뛰는 일만 남았다. 삼성이 임창용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임창용도 친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대구구장 마운드에 곧 돌직구 대신 뱀직구가 떠오른다.
[임창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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