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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짙은과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에 깊었던 것은 "제 노래를 반드시 많은 사람이 듣지 않아도 괜찮아요. 적은 사람이 듣더라도, 제 음악에 담긴 감성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어요"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함께 덧붙였던 예가 삼청동에 소문난 단팥죽 집이었는데, 오랜 전통과 깊은 풍미로 손님들이 끊이질 않지만 절대로 확장을 하거나 분점을 내지 않는다는 것. 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짙은의 음악 철학이었다.
약 2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한 짙은의 이번 앨범은 '디아스포라(diaspora)-흩어진 사람들'이다. '이산(離散:헤어져 흩어짐)'을 뜻하는 이 제목을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짙은은 "이번 앨범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 정신적 디아스포라를 말하고 싶었어요. 안정이나 소속감을 찾지 못하고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고향을 잃은 사람들처럼"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가창력이, 또 놀라운 중독성을 가진 노래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짙은은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말했는데, 노래 안에 있는 콘텐츠나 분위기 등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걸그룹의 섹시코드가, 또 엄청난 실력의 가창자가 주는 감동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런데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새롭고, 낯선 노래에 대해서 열려 있고, 또 찾아 듣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 노래가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짙은만의 감성과 색깔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서 기억되고 각인되는 거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짙은은 지난 19일 발매된 신보를 듣고 난 사람들의 반응에 대중들의 귀가 더 열려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오히려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들을 청자들은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트라이'를 듣고 '출항을 기다리는 선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하거나. 사람들은 다 자기들이 꽂히는 파트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 앨범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석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한가지, 짙은은 대중적 문화보다는 소수에 의해 향유되더라도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지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신을 전했다. 그는 "많은 청자에 연연하지 않아요. 청자의 수에 대해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그렇듯 음반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적게 듣기 때문에 숨겨진 맛집 같은 게 될 수 있다. 맛집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결국 맛이 없어지더라고요. 사람이 많이 오면 사람을 관리하고, 돈을 관리하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니까요"라고 강조했다.
MBC '무한도전'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만약에 '무한도전'에서 저에게 섭외가 들어온다면 한 번 까보고 싶어요. '별로 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라고요. 인디의 정신을 보여줘 볼까봐요"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저는 숨겨진 맛집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분명 알짜였으면 해요. 손님이 끊기지 않는 그런 집이요. 하지만 잊혀진다고 해도 멋있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아, 그 집 진짜 맛있었는데'라면서요"라고 말하는 짙은은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한 가수임엔 확실했다.
[가수 짙은. 사진 = 파스텔뮤직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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