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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어벤져스2'는 되고 '소녀무덤'은 안 되는 것일까?
영화 '소녀무덤'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으로 부터 촬영 협조를 거부당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여러 국내기관의 전폭적 협조 속에 차량을 통제하면서까지 마포대교, 청담대교, 강남대로 등 서울 주요 도심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소녀무덤'이 6호선 전동차 1량을 빌려 1회 왕복하며 촬영할 것을 요청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은 반면, '어벤져스2'의 경우 시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 무정차 통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27일 마이데일리에 "'어벤져스2'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어벤져스2' 측이 MOU를 맺었고, 서울시가 촬영장소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시도 협조하는 관계가 됐다. 우리도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보니 협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 폐쇄, 무정차 등과 관련해 "촬영 때문에 역을 폐쇄하거나 무정차 할 이유는 없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보니, 산하기관으로서 안전사고 등에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촬영 지역의 역 폐쇄와 무정차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소녀무덤'의 촬영 협조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전동차는 시민 분들이 이용하기 위해 운행하는 것이다. 1회 왕복 자체가 승객 분들에게 지장을 주기 때문에 촬영 허가 기준상 어렵다고 한 것이다. 첫 미팅 자리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것을 허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녀무덤' 측은 촬영 거부에 섭섭한 기색을 내비쳤다.
'소녀무덤' 제작사인 주피터 필름의 주필호 대표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를 찍을 때 전동차를 협조해주지 않는다. 전례가 없다"며 "왕복이 힘들다고 해서 구두로 차고지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었다. 촬영 확정이 되면 일주일 전에 공문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공문을 넣었지만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소녀무덤' 측은 촬영 장소를 전동차가 아닌 버스로 바꾸거나 전시돼 있는 전동차에서 촬영하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다.
주 대표는 "협조를 잘 해줄 수 있게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원을 이유로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런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씁쓸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어벤져스2'의 전폭적 촬영 협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활짝 열린 문이 왜 한국 영화에는 굳게 닫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주 대표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어느 한국영화가 '어벤져스2' 처럼 서울 주요 도심들의 차량을 통제하면서까지 촬영이 가능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벤져스2'가 비록 2조원의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약 보름간의 촬영에 여러 국내 기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반면 어떤 한국영화는 단 몇 시간의 촬영 협조도 받지 못했다. 이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약한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이다.
[사진 =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소녀무덤'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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